신한은행 차명계좌에 예치된 3백억원이 노태우 전대통령이 재임중 사용하던
통치자금의 일부로 밝혀짐에 따라 검찰수사가 6공 정치자금 전모를 밝히는
수준으로 확대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검찰수사로 6공의 정치자금 규모가 서석재 전총무처장관과 박계동
의원이 제시했던 4천억원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 자금의 조성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됐다면 노 전대통령을 포함한 측근들의 사법처리로 이어질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검찰은 문제의 3백억원이 노씨의 돈으로 확인됨에 따라 <>3백억원 외에
다른 시중은행에도 비슷한 성격의 돈이 잠겨있는지와 그 규모 <>노태우
전대통령이 자금조성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자금조성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등을 파헤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정치자금의 실체 규명에 이씨의 진술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검찰이 직접 노태우 전대통령과 "통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인들에 대한
조사를 벌일지도 관심거리.

검찰은 이중 최소한 노 전대통령이 조성한 정치자금의 규모와 사용처, 남은
돈의 액수를 일차적으로 규명해야 한다는게 대다수의 지적이다.

그동안 동화은행 비자금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함승희 변호사와 서석재
전장관등이 6공의 비자금 조성및 이 과정의 불법행위 개입 의혹을 제기한
이후 국민들 사이에서는 6공 정치자금에 대한 의혹해소 요구가 드셌지만
번번이 무산돼 왔다.

이와관련,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전직대통령 비자금에 대해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관련자 소환및 계좌추적 방법을 통해 그 규모와
성격을 밝혀낼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천문학적 액수의 통치자금을 조성하는데는 많은 위법이
개입됐을 것으로 추정할수는 있으나 아직은 어떤 법률이 적용될지 등에
대해서는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전경호실장및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봐야
알겠지만 우선 적용가능한 법률로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수수, 조세범
처벌법위반등을 제시했다.

통치자금"으로 표현한 것은 일단 정치자금법을 피하려는 의도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공무원인 대통령이 재임중 기업인에게 돈을
받았다면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는 뇌물로,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정치
자금법 위반 행위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 뇌물수수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의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3년
이어서 이 법이 적용된다고 해도 어느정도의 액수가 공소시효 만료 이전
시점에 거둬들여졌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차명계좌를 처음 개설한 시점이 92년11월이고
이 전경호실장이 "통치자금으로 사용하다 남은 돈"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에
돈의 모금 시점은 이보다 훨씬 이전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자금법 적용 여부의 변수가 되고 있다.

어쨌든 이 전경호실장의 검찰진술로 새로운 국면을 맡고있는 이 사건은
이제 6공 통치자금의 전모와 그 성격에 대한 검찰 수사및 사법처리 대상
범위.수위등에 관심의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노전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 여부와 사법처리 수위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