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차명계좌에 입금된 3백억원은 노태우 전대통령의 정치자금중
일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검중앙수사부는 22일 검찰에 자진출두한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을 조사
한 결과 "이전실장이 ''이 돈은 노전대통령 재직시 통치자금으로 사용하다
남은 돈으로 내가 관리해 왔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이전실장이 ''국가에서 주는 돈으로는 모자라 각종
공무원격려금 등으로 쓰기 위해 자금을 기업 등으로부터 마련했다''고 진술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검은 이에따라 이 돈을 조성하게 된 과정및 차명계좌개설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어서 이번 사건은 6공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자금 조성과정에 일부 재계인사들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재계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안부장은 "정치자금조성 경위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경우에는 관련자에 사법
처리를 위한 여러가지 법률적용이 가능해진다"며 "이전실장이 관리했던 돈이
더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전실장을 수사상 필요하면 다시 소환하기로 하고 23일 새벽 귀가
조치했다.

이에앞서 이전실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대검찰청에 자진출두하면서 "이
돈은 내가 관리했던 돈"이라고 보도진에 말한 뒤 "자세한 내용은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21일 소환, 철야조사를 벌였던 하범수(68.전 우일양행 대표),
최광웅(서부철강 대표), 이화구(당시 서소문 지점장)씨 등 차명계좌 명의
대리인 3명을 이날 오전 귀가조치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우근 신한은행 전 서소문지점장과 하종욱 우일종합물류
대표, 김신섭 신한은행 수지지점 차장 등 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 명령 위반혐의를 받고 있는 3명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벌인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 윤성민/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