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을 주도하는 업종이 급속히 자리바꿈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한국경제의 성장속도 만큼이나 산업의 중심축
이동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60년대 의류 가발 신발등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일어선 한국경제의
견인차가 70년대 철강 화학 조선등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80년대 자동차
전자를 중심으로 한 기술집약형 업종으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90년대 들어선 정보통신 유통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양상이다.

오는 2000년대엔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한국의 산업은 정보처리
항공.우주 환경설비 멀티미디어등 첨단업종이 끌고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산업의 주도업종 변화는 "고도화"라는 한마디로 축약된다.

이는 수출품목의 시대별 변화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2년부터 72년까지 10년간 한국의 품목별 수출규모로 1위는 섬유였다.

임금비용 단위당 가장 높은 생산성을 유지했던 섬유는 "수출 한국"의 최대
효자로 치부됐다.

그러나 70년대 후반들어선 철강 전자제품등의 수출이 두드러진 약진을
보였다.

철강 수출은 지난 73년부터 본격화돼 80년대초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자의 경우 수출은 70년대 후반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 86년엔 섬유를
제치고 수출규모로 정상을 차지했다.

산업구조 변화를 보면 "고도화"는 더욱 확연해진다.

작년말 산업별 부가가치(경상가격 기준) 구성은 <>농림어업 7.0% <>광공업
27.2% <>사회간접자본및 서비스 65.8%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62년 각각 37%, 16.4%, 46.6%였던 것과 비교하면 광공업과 사회간접
자본및 서비스의 위상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광공업중에서도 제조업을 경공업과 중화학공업으로 나눠 살펴보면
변화의 방향이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62년 경공업과 중화학공업의 비중은 71.4대 28.6이었다.

이게 94년엔 26.9대 73.1로 변했다.

30여년새 경공업과 중공업의 비중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기술 면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KIET)이 분석한 국내 산업의 기술수준에 따르면 반도체및
반도체소재 자동차 조선등의 제조기술은 선진국에 근접했거나 이미 따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신 세라믹소재 메커트로닉스 전자제품 금속소재등의 분야에선 선진국
기술수준의 절반정도에 미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항공.우주 생명공학등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하다
는게 KIIET의 평가다.

한마디로 한국경제의 주도산업은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으며 여기엔
기술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보화 첨단화 국제화 추세가 심화될 21세기엔 어떤 업종들이
한국의 산업을 선도할 것인가.

KIET는 이에 대해 "첨단기술이 바탕이된 가공조립산업이 제조업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제조업 성격별로는 <>가공.조립산업의 비중이 지난 93년 40%에서 오는
2020년께 60%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같은기간중 <>기초소재산업은 34.4%에서 20% <>생활관련 산업은
25.6%에서 2000년 20%로 떨어진뒤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정보처리 항공.우주 환경설비 일반기계 전자등의 생산규모가
2020년께 작년보다 5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생산면에서 세계4위를 유지하고 있는 전자는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
현재의 위치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생산제품 구조는 TV VTR등 가전 중심에서 혁신부품 멀티미디어 통신
기기 위주로 탈바꿈할 것이란 전망을 빼놓지 않았다.

또 자동차 화학등은 2020년 생산규모가 지난해의 3~3.7배에 달하는 중간
정도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 업종은 대량생산 체제가 구축돼 세계 10위권 안에 이미 진입해 있는
만큼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게 분석의 근거이다.

물론 이같은 전망엔 각 기업들이 신기술개발과 경영혁신등 자기노력을
다할 때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특히 앞으로는 정보화 세계화등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대응여부에 따라선 국내 업계의 판도변화도 급격히 일어날 수 있다.

한국 산업의 주도업종이 변화하는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선두 기업들의
자리매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