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텔레콤(ST)이 아시아 통신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이 회사가 세계적 항만인 싱가포르를 아시아 통신망의 중추항으로 발전
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싱가포르텔레콤은 좁은 국내시장에 안주했다간 국경없는 통신전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해외무대로 발을 돌려 미국의 AT&T나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과
같은 세계통신공룡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업에 과감히 참여하고 있다.

이미 인근 14개국을 대상으로 24건의 합병사업에 들어갔는가 하면 싱가포르
시내에 아시아통신의 중계기지를 구축할 목적으로 대규모 통신인프라를
건설중이다.

고층아파트를 중심으로 현재 한창 개발열기가 뜨거운 싱가포르 동부에는
"텔레파크"라는 이름의 독특한 건축물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전부 8개층의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건물이지만 이곳이 바로 아시아 통신
시장에 태풍을 불러 일으킬 진원지다.

연면적 4만평방m에 옥상에는 직경 13m 크기의 대형파라볼라안테나 4기가
설치되어 있고, 지하에도 싱가포르와 세계를 이어줄 광케이블들이 촘촘이
들어차 있다.

싱가포르텔레콤이 1억싱가포르달러(약440억원)를 투입해 짓고 있는 이
텔레파크는 이달안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텔레파크를 통해 싱가포르텔레콤은 아시아지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들
을 대상으로 정보통신 아웃소싱(Out-Sourcing)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텔레파크내 최소 50평방m에서 크게는 1,000평방m로 설계되어 있는 첨단
통신전용사무실에 다국적기업들을 유치, 각기업들의 통신중계기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다국적기업들은 텔레파크를 통해 아시아지역에 뻗쳐있는 자사거점들과
쉽게 내선망을 갖출수 있다.

싱가포르텔레콤은 이 텔레파크에 입점하는 기업수가 늘어나게 되면 각
기업의 본사와 보다 큰 용량의 전용선을 깔아야 하고 주변국과의 신규
전용선설치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텔레파크의 자체적인 수익구조 보다 뒤따라오는 수익원에 싱가포르텔레콤은
더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싱가포르가 항만과 공항시설로 세계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통신중계기지로서도 중심에 서도록 만들겠다는게 싱가포르
텔레콤의 의지다.

코번휘 싱가포르텔레콤회장은 "싱가포르의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여기에다 튼튼한 통신인프라와 통신회사의 기술적 대응력만 갖춘다면 세계
최대 통신중계기지로 쉽게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국영기업이었던 싱가포르텔레콤은 통신시장의 개방화와 다국적경쟁추세에
맞춰 지난 92년4월 민영화됐다.

93년 11월에는 주식시장에도 상장돼 막대한 시설투자비용의 자금조달통로도
확장했다.

통신산업의 민영화이전에도 인구 290만의 싱가포르는 하이테크통신국으로
인정받아왔고, 싱가포르텔레콤 또한 세계적 통신기업의 반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외형 보다는 높은 수익성 때문이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총매출은 35억1,600만싱가포르달러(약1조5,900억원)
였는데 무려 17억6,100만싱가포르달러(약8,000억원)의 경상이익을 거두었다.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이 50%를 넘는 이런 초고수익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