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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발생할 철강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 일관 제철소 건설이
불가피하다"(현대그룹) "2000년대 들어서도 철강 수급안정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일관제철소 신설은 공급과잉을 초래할 뿐이다"(통상산업부)

''현대 제철소''를 둘러싼 정부와 현대그룹간의 입씨름이 다시 불붙었다.

현대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고 통산부는
불필요한 투자라며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8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철강공업발전민간협의회''에서 다시 불거져
나온 정부와 현대간의 시각과 입장차이를 정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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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산부 ]]]

통상산업부가 "현대의 일관제철소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공급과잉론과 신기술론이다.

통산부는 우선 산업연구원(KIET)의 전망을 근거로 오는2000년대
초반까지는 국내 철강 수급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현대가 일관제철소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KIET는 오는 2000년과 2004년 국내 철강수요를 각각 5천1백80만t과
5천4백38만t으로 내다봤다.

지난 93년(수요 3천8백17만t )에 비하면 연평균 3.3%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공급의 경우 철강업계가 이미 확정한 신.증설계획을 포함하면 2004년에
4천6백30만t에 달할것으로 분석했다.

이때 각각 5백50만t과 8백10만t의 공급부족분이 발생하지만 절대수입량
(5백만~8백만t)으로 조절이 가능하다는게 통산부의 판단이다.

게다가 앞으로 미국 동남아지역에 대한 철강수출도 감소세로 꺾여 2000년
이후 연간 수출물량은 1천2백만t수준에 그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1천만t에 달하는 "현대제철소"는 아무래도 무리라고 통산부는
강조한다.

통산부는 또 현대가 굳이 신규 제철소를 지으려면 고로방식이 아닌
신공법의 제철소 건설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로방식의 경우 지구온난화 환경규제강화등으로 더이상 국내에선
신증설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기왕에 하려면 고철을 이용한 판재류 생산공법인 미니밀공장을 지으라는
얘기다.

통산부는 이날 민간발전협의회에서도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소 설비투자는
지양하고 미니밀 공법의 제철소건설을 유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통산부는 구체적으로 고로법은 오는2005년까지 2천5백만t 생산능력으로
현재의 2천2백만t보다 크게 늘리지 않는 대신 미니밀은 금년의 2백만t에서
2005년까지 1백20만t으로 확출할 계획을 내놓았다.

통산부 관계자는 "물론 민간기업의 투자에 대해선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장기수급전망을 제시함으로써 합리적인 투자를 유도한다는게 정부의
방침"이라면서도 "철강의 경우 더이상 일관제철소 건설은 바람직 하지않다"
고 못박았다.

[[[ 현대 ]]]

현대그룹은 국내 철강 수급전망에서부터 정부와 근본적인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철강수요는 크게 늘어 오는 2000년께 1천만t이상의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게 현대의 주장이다.

현대가 내놓은 철강수급전망에 따르면 오는 2001년 국내 수요는
4천7백96만t. 지난 93년부터 따지면 연평균 7.6%씩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도 국내 공급은 4천6백30만t에 그쳐 오는 99년과 2001년엔
각각 7천8백80만t과 1천5백69만t의 과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현대측은
설명했다.

제품특성상 수입이 불가피한 물량을 10%정도로 감안하더라도 2000년께
부족분은 1천만t에 달할 것이다.

특히 이 부족분의 대부분은 핫코일 후판 선재등 고급강재여서 정부주장처럼
미니밀 방식으로는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미니밀 방식의 경우 품질은 물론 가격면에서도 아직까지 한국에선
경쟁력이 없다는게 현대의 지적이다.

더구나 지난 90년이후 작년까지 국내 철강수출 증가율이 7.1%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할때 공급만 충분하면 오는 2001년 1천4백만t정도의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요컨대 앞으로 공급부족을 보일 고급강재를 제때 대려면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소 신규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현대는 밝혔다.

한국의 경쟁상대인 대만의 경우 신규로 7백50만t과 1천2백만t의
일관제철소를 투자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는 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논리로 "경쟁론"를 들고 있다.

현재처럼 포철이 국내 철강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선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수 없다고 현대는 주장한다.

포철은 이미 생산규모 면에서 적정선을 넘어섰기 때문에 앞으로는
민간기업의 신규 제철소를 허용해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철과 민간제철소가 선의의 경쟁을 해야만 국내 철강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대그룹 계열인 인천제철의 권수웅부사장은 이날 민간발전협의회에서
"철강산업뿐아니라 자동차 조선등 관련 수요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양질의 철강재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때 공급돼야 한다"며 "공급부족이
발생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일관제철소 투자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