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공항에 인접해 있는 스위스항공의 정비공장 한켠에는 조그만 부스가
있다.

이 부스안엔 놀랍게도 우주로켓 실물모형이 놓여있다.

유럽국가들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아리안"로켓에 들어갈 부품을 생산중
이라는 회사측의 답변이 질문에 뒤따랐다.

인구 700만에 국토면적이 남한의 절반정도인 이 조그마한 나라의 항공사가
지난 45년간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까닭이 납득되는 순간이었다.

로켓부품을 생산할 정도의 높은 기술로 여객기를 정비하고 있으니 비행기
결함으로 인한 항공사고가 발생할리 없을 터였다.

사고없는 안전한 항공사로 알려지니 승객들은 늘어나게 됐고 그결과 세계
항공운송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난 2~3년동안에도 이익을 낼수 있었던
것이다.

오토 뤠프사장겸 최고경영자(CEO)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 항공업계 경쟁에
대응, 스위스항공이 추구하고 있는 전략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한다.

그 첫번째는 외국항공사들과의 제휴강화.

스위스항공은 지난 80년대말 미델타항공및 싱가포르항공과 업무협력협정을
맺었다.

어느 항공사나 다하는 승객들의 환승체제와 공동좌석예약시스템도 물론 이
업무협력협정에 들어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3개 항공사가 여객기를 구입할때 한꺼번에 구입
하는 소위 여객기구매협력체제를 갖추고 있는 점이다.

이를 통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항공기를 구입할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
이다.

두번째는 비행거리와 승객수에 맞춰 적당한 여객기를 투입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유럽역내노선에만 취항하는 자회사를 세웠다.

크로스항공이 그것으로 주로 100인승급의 중형기를 사용, 인건비와 연료비
를 줄이는 정책을 쓰고 있다.

또 요일에 따라 투입하는 여객기의 종류와 크기를 조절, 여객기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도 쓰고 있다.

다른 하나는 취약지역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항공사를 활용하는 전략.

스위스항공은 최근 벨기에 사베나항공의 일부 지분을 인수, 취약지역인
아프리카노선에 대한 취항을 확대해 나갈 방침으로 있다.

사베나항공은 아프리카노선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항공사다.

스위스항공은 지난해 48억9,300만스위스프랑(약3조1,000억원)의 매출(영업
수입기준)에 300만프랑의 순이익을 올렸다.

93년보다 매출과 이익이 모두 줄어들긴 했지만 이는 프랑화강세와 요금
경쟁에 따른 수입감소탓이었다.

그러나 항공사의 성장여부를 재는 중요 척도인 총탑승객수에서는 840여
만명에 달해 한해전보다 약60만명(7.4%)이 늘어났다.

올들어서는 취리히~서울, 취리히~싱가포르노선을 직항체제로 바꾸고
취리히~대북(대만)노선도 개설, 아시아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또 승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 총30대의
최신여객기를 구입할 계획으로 있다.

스위스항공의 올 상반기중 승객과 화물 총수송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늘어났다.

반면에 영업수입은 스위스통화강세가 지속되고 요금경쟁에 휘말려 그다지
늘지 않았다.

그렇지만 뤠프사장은 직항노선을 확대하고 미취항지역을 줄여나가고 있어
올한해도 지난해 못지 않은 매출과 이익을 낼것으로 자신한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