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은 입사때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다.

지난 80년창업때부터 그랬다.

하지만 이랜드에 입사하려면 토플이나 전공시험 못지않게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바로 입사지원서 작성이다.

이랜드의 입사지원서는 총 12페이지.

3개면은 그룹 계열사등을 소개하는 부분이고 이력서항을 적는 곳은
2페이지다.

여기까지는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를게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력서를 쓰고 난 다음부터다.

''자기안내''라는 제목으로 3개면에 걸쳐 있는 총 21개 문항에 답해야
한다.

또 A4용지 3장 분량만큼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게 그리 간단치 만은 않다.

''자기안내''면은 <>삶은 통해 이루고 싶은 인생의 목표나 꿈 <>임종시
남기고 싶은 유언 <>당신이 지도자라면 정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겠는가
등 거창한 질문에서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재미있는 삼행시를 두개
만들라는 문항까지 다양하다.

각각 4~5개 문장으로 약술해 답해야 하는 이 24문항은 이랜드 입사를 위한
첫번째 테스트이자 가장 중요한 고비다.

이랜드는 입사지원서를 평가, 최종합격자의 3배수를 추려낸다.

이 그룹의 하반기 대졸사원 공채 경쟁률이 평균 70~80대1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입사지원서의 ''위력''을 알수 있다.

더구나 1,2차에 걸친 면접에서 쏟아지는 질문의 대부분도 ''자기안내''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자기안내를 소홀히 답해선 합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랜드가 입사지원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체크하는 것은 정직성과 성실성.

얼마나 솔직하고 성의있게 지원서를 썼느냐가 핵심적인 잣대다.

물론 창의력이나 아이디어 등 재능과 능력을 파악하는 문항도 있지만
''실력보다는 인성''을 먼저 따진다.

그래서 이랜드는 사내 추천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룹 직원이 믿을 만하다고 추천한 사람에 대해선 일정한 가점을 준다.

''시험보다는 지원서, 지원서 보다는 면접, 면접보다는 수준있는 추천인의
추천''을 더 중시하는게 이랜드 채용법의 특징이다.

"이랜드 정신중 하나가 ''재능 보다는 성실''이다.

업부수행 능력등은 입사후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지만
정직성이나 성실성등 인성은 교육으로 바꾸는데 한계가 있다" 신입사원
채용때 ''사람됨''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한 이랜드 인사책임자의 설명이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