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근 < 연세대교수 / 국제경제학 >

우리경제의 일본경제에대한 불균형적인 의존성심화 문제는 과연 그 해결이
가능한 것인지 불가능한 것인지 조차 분명치 않다.

광복50주년의 한국경제는 어떠한 성장지표를 기준으로 하든 그야말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해 온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경제와 일본경제와의 교류관계가 규모면에서는
불균형적으로, 상호의존성면에서는 비대칭적으로 전개되면서 그 정도가
어느지표 못지않게 귀속적으로 심화되어 온것 또한 사실이다.

양국간 무역불균형문제만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어서
기회있을때마다 양국정부간에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핵심과제중의 하나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효과면에서는 전혀 개선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 않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마져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대일본무역적자는 93년의 85억달러보다 무려 40퍼센트나
증대된 1백20억달러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바 있다.

이는 우리의 대외무역적자 총액 32억달러의 4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금년들어서도 이와같은 높은 증가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금년말에라면
우리의 대일본무역적자규모는 1백70억달러 내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대일본무역적자는 미국등 여타지역에서의 무역흑자에 의해 그 상당
부분이 보전될수 있었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 상황은 크게 변하고 있다.

한국상품의 최대시장이었던 미국과의 무역은 이미 1791년부터 근소하나마
적자로 반전된바 있다.

지난해에는 그 적자규모가 13억달러에 도달한바 있고 금년들어서는 이미
상반기중에 지난해규모의 두배수준인 24억달러를 기록함으로서 금년말에
가면 50억달러내외까지도 이를 전망이다.

또한 1991년부터 적자로 반전된 유럽경제동맹(EU)과의 무역은 지난해 2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금년도에는 적어도 3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90년대에 들어 우리의 최대시장으로 부각된 동남아경제권은 자유무역지대
(AFTA)의 창설계획을 앞당기고 있으며 월남을 신규회원국으로 가입시켜
잠재적인 폐쇄성을 급속히 조성해 나아가고 있다.

이와같은 상황하에서 대일본무역적자의 급속한 증대는 결국 대외무역적자
총액의 급속한 증대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이는 과세 귀속적성장에 대한
심각한 위협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임이 너무나 분명하다.

우리의 일본과의 무역이 갖는 이와같은 문제점에 더하여 최근에는 우리의
대일본무역의 동기자체가 급격한 변동양상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수출주도형경제성장전략의 불가피한
부산물로서 이해되어 왔다.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대부분은 수출산업에서 필요로하는 부품 소재및
기계류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 그간의 대일본무역관계는 보세가공형 산업구조하에서 수출용
수입이 갖는 경제적 기능에의해 그나마 합리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3저현상이 사라진 1989년부터 상황은 역전되어 대일본수입중
수출용수입보다는 내수용수입이 급속히 증대되었다.

그결과 현재 수출용수입의 비중은 35퍼센트수준으로 크게 감소된 반면
내수용수입이 6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와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3~4년내에 내수용수입의 비중이 80퍼센트까지 이를수도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현상은 두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첫째 시사점은 과거 30년 가까이 구축되어온 우리의 지역별무역유형의
변화이며 두번째 시사점은 한국경제의 일본경제에 대한 새로운 차원에서의
의존도 심화이다.

보세가공형산업구조하에서 일본으로부터 각종 자본재 부품및 소재를 도입
하고 이들을 가공하여 미국및 유럽등지로 수출하려는 동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가 대일본수입의 주동기를 내수용 부품 소재및 기계류의 조달에
두고 있는 것은 미국및 유럽과의 무역이 흑자기조로부터 적자기조로 바뀐
것과 대일본무역 적자의 급증현상이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보세가공형산업구조가 전혀 개선됨이 없이 내수산업마져 대일본
수입의존도를 증대시키고 있는 것은 우리경제의 내수의존형 성장의 구조적
한계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말것이다.

결국 구조적으로나 외형상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는 한일무역관계는 그
근본원인중 많은 부분이 우리자체내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각종
대응책 또한 우리내부에서 스스로 모색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광복 50년의 한국사회가 여러지표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놀랄만한
성장과 발전에 스스로 도취하기보다는 그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점들을
재점검하고 대응하는 계기를 찾도록 하여야 할것이다.

과거에 존재하였던 일본과의 부당한 경제적관계가 오늘날에는 더이상 존재
하지 않는 것인가.

과거의 그것이 일본측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면 현재의 그것은 누구에
의해 주도된 것인가.

광복 50년을 맞이하여 우리모두가 좀더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사항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