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4천억원 가.차명계좌 보유설"로 일대 파문을 일으킨
서석재전총무처장관이 9일 오전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서전장관은 예정보다 15분가량 늦은 이날 오전 9시55분께 검은색
그랜저승용차편으로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시종일관미소만 띠운채 답변을 피했다.

서전장관은 또 사진 기자들을 겨냥, 손을 드는 여유를 보인 뒤 엘리베이터
를 타고 10층 중부부 2과장 방으로 직행, 조사를 받았다.

한편 조사를 맡은 대검 중수부는 서전장관 출두전 수사방향을 놓고
내부적으로 실강이를 벌이는등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서전장관의 출두에 앞서 9시40분께 미리 도착한 비서진 3명은 "시내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서전장관과 함께 출발했으나 교통사정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

한 비서관은 "서전장관은 어젯밤 성산동 자택에서 지냈으며 비서진과
함께직접 경위서를 작성, 8일 오전 11시30분께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서전장관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항을 경위서에 자세히 기록했는데 언론이
"5공 비자금"이니 "전.노전대통령의 측근이 관련돼 있다"등의 근거없는
추측보도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

<>.검찰은 서전장관에게 "전직 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설"을 직접 전해준
김일창씨의 신원을 우여곡절끝에 밝혀냈다고.

검찰은 8일 서전장관측으로부터 받은 경위서를 통해 김씨를 최초로 인식
하게 돼 이름과 대략 적인 나이만 갖고 컴퓨터 조회까지 했으나 이를 규명
하지 못했다는 것.

이런 와중에 중수부 소속 한 수사관이 "지난 87년 영신상호신용금고
사건때 구속된 그 김일창이 아니냐"는 말을 하면서 상황이 급진전, 결국
9일새벽 소환하기에 이르렀다고.

<>.검찰은 서전장관과 4천억계좌설를 퍼뜨린 김일창 송석린 이우채 이종옥
씨등 4명이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아연 수사에 활기를 띠는 모습.

검찰은 이들도 4천억원계좌설을 서로서로에게 들었다는 말에 따라 진위
파악에 본격 착수.

검찰은 최초 유포자로 드러난 이종옥씨 조차도 다른 사람에게들었다고
진술해 이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해 수사관을 급파.

<>.검찰은 8일 오전에 이미 서전장관으로부터 경위서를 받고서도 9일오전
까지도 "경위서를 받은 바 없다"며 적극 부인으로 일관해 빈축.

검찰 관계자는 "경위서의 내용이 없는데다 이를 밝힐 경우 괜한 오해만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수사기법상 부인했을 뿐"이라고 궁색한 변명.

검찰은 그러나 보도진의 거센 항의를 의식한 듯 경위서내용을 구술로
뒤늦게 공개하며 "검찰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주문.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