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레미콘업체들이 정부의 건설현장에서의 배처플랜트 설치완화조치로
속앓이를 앓고있다.

레미콘의 품질을 높이자는 목적아래 취해진 조치여서 드러내놓고 반발을
못하지만 중소업체들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1일 "레디믹스트 콘크리트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및
관리에관한 지침"을 고시했다.

이고시는 배처플랜트의 설치가능 지역과 생산량을 규제하는단서조항을
달긴 했지만 건설현장에서 건설회사들이 레미콘을 직접생산할수있는길을
열어주었다.

그동안 건설현장의 배처플랜트(레미콘생산공장)설치를 둘러싸고 레미콘
메이커와 건설회사간에 벌어졌던 싸움에서 건설회사측 요구가 상당히 반영된
셈이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 배경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이후 높아진 건축자재에
대한 품질개선 요구다.

삼풍사고로 국민들이나 수요업계로부터 불량자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논란을 빚었던 레미콘 현장생산 규제가 크게 완화된것이다.

중소레미콘업체를 대변하는 레미콘연합회와 건설회사 대표격인 건설협회
등이 정부의 새로운 방침에 사전합의한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다.

건설교통부나 레미콘연합회측은 이번 조치로 중소레미콘메이커들이 별다른
피해를 입지않을것이라고 밝혔다.

현장배처플랜트 설치가능한곳이 고강도제품을 필요로하는 특수시설물
건설현장이나 교통혼잡지,오지등으로 명문화했기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건설현장에서 건설회사들이 허가없이 무분별하게 운영해오던 배처플랜트를
강제적으로 규제할수있어 오히려 중소업계에는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상당수 중소레미콘업체들은 이러한 설명에 동의하지 않고있다.

레미콘의 품질유지를위해 적기공급이 어려운 지역으로 배처플랜트설치가
제한되고 생산물량도 현장에서 필요한 레미콘의 50%이하로 되어있으나
실제로 생산량 확인이나 품질관리가 어려울것으로 지적하고있다.

결국 대형건설회사들이 레미콘을 손쉽게 생산자체 조달할수있는 길을
열어줘 중소업계에 돌아올 물량이 크게 줄어들게됐다.

이번 조치는 가뜩이나 과잉경쟁과 물류난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중소업체들에게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킬것으로 보고있다.

중소레미콘메이커인 M업체의 한임원은 "레미콘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측의 주장에 공감하지만 결과적으로 중소업체들의 물량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중소업계에는 타격이될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또 대형건설사들의 직접생산이 레미콘 품질향상으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하고 중소업체들의 생존을위해 정부가 기술이나 품질지도
등을 통해 업체들의 수준을 높이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있다.

이번 조치로 중소레미콘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돼 경쟁력이약한 업체들의
도산이 불가피할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있다.

< 최인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