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5월22일 미클린턴 대통령이 이등휘 대만총통의 미국 방문을 허용
함으로써 벌어지기 시작한 두 나라 관계는 이제 그 틈새를 쉽게 메울 수
없을 정도가 됐으며 그 불똥은 중국과 대만간의 긴장고조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총통의 미국 방문 허용조치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한 중국의 체면을
짓밟아 버린 이총통의 미코넬대 연설과 이어지는 이도예 주미중국대사의
본국 소환, 중국 공안당국에 의한 중국출신 미국 인권운동가 해리 우의
구금, 고 장개석총통의 미망인 송미령여사의 미의회방문등 일련의 사건전개
는 양국간 감정의 골이 어느정도까지 깊어질수 있을지 점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특히 송여사의 경우는 과거 중국 통치자에 대한 북경의 적개심을 가장
절실하게 회상시켜줄 인물이라는 점에서 비록 개인자격 방문이라고는 하나
중국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미.중 두 나라 관계를 한층
빠른 속도로 악화시킬 가능성이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79년 1월1일 공식 수교 이후 미.중관계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협력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두 나라의 관계를 50년전의 과거로
되돌릴수 있는 위태로운 것으로 평가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미미시간대의 정치학자인 케네스 리버설 교수는 현재 두나라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 "앞으로 1년내지 1년반안에 양국관계가 적대적
인 관계로 바뀔 수도 있는 위태로운 양상"이라면서 "만일 이런 일이 발생
하면 미.중 양측은 모두 큰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간의 마찰이 본격화된 것은 비록 두달 남짓하지만 그 불씨는
훨씬 이전에 마련됐다.

지난 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상해커뮤니케"를 통해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것을 수용하면서 시작된 두 나라간의 밀월관계는 20년만인 92년
부시대통령이 대만에 1백50대의 F-16기 판매를 허용키로 함으로써 끝이났다.

이후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서고 지난해 미국과 대만정부간에 각료급 접촉을
승인하자 중국이 미국에 대해 회의의 눈길을 보내면서 갈등관계의 싹은
트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이총통의 방미가 이뤄지면서 결정적으로 불편한 관계로 바뀌게
된것이다.

미.중간의 불편한 관계가 촉발된 원인은 양측 모두에게 있다.

두나라 관계를 16년만의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가는 원인 가운데에는 수면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는 군사기술 판매문제가 핵심적인 것이라 할수 있다.

특히 이란에 대한 중국의 군사기술 판매는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을 자극
하는 행동을 취하게끔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 이란에 군사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원자로 기술을 판매했으며 극히 민감한 미사일 관련기술과 화학약품및 그
제조기술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미국무부는 주미 중국대사관 관계자를 소환, 미사일및 화학약품
판매에 대해 해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설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대응방안을 모색중이며 최근 두나라간의 대립은 이같은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인 것으로 해석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제공한 민감한 군사기술이 화학무기나 장거리미사일
을 개발하는데 전용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경제제재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12억 인구라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상품.용역시장을 배경삼아
미국과 맞서고 있어 마음대로 중국을 요리할 수 없다는데 클린턴 행정부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미.중간의 불편한 관계가 빠른
시일안에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두나라 관계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4백억달러에 달하는 두 나라간의 무역이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중국과 대만, 중국과 북한등의 관계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또 미.중관계가 더욱 악화,적대적인 관계로 바뀌게 되면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해야하고 중국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나라들에 둘러싸이지 않기 위해 현재 불화를 빚고 있는 주변 국가들과
화해를 시도, 동북아 전체가 영향권 아래 들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하면 동북아지역도 이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