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3백77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박승현양은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
에서 부모와 담당의사인 박조현씨(40)를 통해 "잘때마다 꿈속에서 스님이
나타나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고 말했다.

박양은 독실한 불교집안에서 자라나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박양과 부모.의료진간의 일문일답.

-사고당시 상황은.

"지하1층 매장에서 친한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상판과 함께 떨어졌다.
한발짝도 못움직인 상태에서 발이 바닥에 붙은 채 그대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커다란 물통에 부딪혀 머리를 다쳤으나 의식은 잃지 않았다"

-그동안 어떻게 보냈나.

"너무 무서웠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밖으로 나가려고 돌더미를 밀어보고 벽도 두들기며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사면이 막혀 있는 것을 알고 포기했다. 계속해서 잠만 잤다. 꿈을
많이 꿨는데 어젯밤에는 내가 다니던 금용사의 월공스님이 사과1개를
나에게 주는 꿈을 꿨다"

-주위에 생존해있는 사람들이 있었나.

"처음에 옆 매장에서 일하는 언니가 콘크리트에 배가 눌러 있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루내내 살려달라고 소리치다가 잠잠해졌다. 또 주위에 여러사람들의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구조될 때는 아무도 살아있는 것같지 않았다"

-공간은 어느 정도 있었나.

"처음에는 누워서 굴러다닐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양벽이 좁아져서 눕기도 힘들어 엎드려 있었다. 다리를 뻗을
수 없어 내내 쪼그리고 있었다"

-먹을 물은 있었나.

"마실 수 있는 물이 없어 거의 마시지 않았다. 주위에 녹물이 고여
있었지만 마시지는 못하고 머리를 적시기만 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콘크리트가 자꾸 밑으로 내려와 깔려 죽을 것만 같아 너무 무서웠다"

-며칠이나 지났다고 생각했나.

"5일 정도 지난 것 같다"

-무엇이 가장 먹고 싶었나.

"포도봉봉이 제일 먹고 싶었다. 아이스크림,팥빙수도 많이 생각났다"

-누가 가장 보고 싶었나.

"부모님이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인 박정원
(19.숙녀의류부 직원)의 생사가 궁금했다"

-아픈데는 없는가.

"오른쪽 무릎이 너무 아프다. 뒤쪽 어깨에 통증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