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 필 로 그 ]]]

오성중 < 현대경제사회연 수석연구원 >

지난 30여년 우리 산업은 일본을 뒤쫓아 모방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 결과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 철강 등의 업종에서 비록 품질과
성능 등에서 뒤지지만 일본과 경쟁관계에 서게 되었다.

과거의 일방적 수직분업 관계에서 다소나마 수평분업 관계로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기계 부품 소재에서 대일 의존이 심각한 상태이다.

일본이 공업화를 100년 앞서 시작한 서구를 따라잡는데 투자한 시간이
10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보다 80년이상 늦게 공업화를 시도한
우리가 30년만에 일본을 이만큼 추격해 온 것도 퍽 대견한 일이다.

다만 추격속도를 더욱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첫째는 기존 산업에서 일본과의 수평분업 관계를 더욱 진전시켜야 한다.

이는 설비개발 기술개량 설계 신제품개발등 우리의 최대 약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문제다.

결국 이들 분야에서 최강국인 일본의 기술을 어떻게 우리의 것으로 습득,
소화하고 나아가서 여기에 우리의 창의성을 어떻게 덧붙일 것이냐로 귀착
된다.

다행히도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초엔고로 경쟁력을 잃은 일본산업은 어차피 후발국을 중심으로 해외에
공장이나 기술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이전해 주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놓을 기술을
효과적으로 습득, 체화할수 있는 방안을 우리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둘째는 선진국기술의 도입 소화 흡수 개량이라고 하는 후발국의 선진국
답습과정을 탈피해 우리 나름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오늘날 일본의 성공이 서구의 기술을 소화 흡수 개량하는 속에서도
남보다 앞서 기존 산업에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기술을 접목시킨데 있다는
사실은 좋은 예이다.

이는 우리가 일본을 능가하려면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여 기존 제품과는
개념이 다른 신제품을 개발하고 신산업을 일으켜야 함을 시사해 준다.

성취조건의 하나가 그동안 소홀했던 기초과학에 눈을 돌려 우리 국민의
창의력을 극대화시키는 일이다.

이같은 능력이 없으면 새로운 발명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기초과학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할 수도 없게 된다.

이제 기초과학에 관한 연구가 선진국의 전유물이라는 소극적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 두길을 제대로 갈수 있느냐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설사 일본이 기술을 이전해도 전수자가 이를 완전히 소화 개량하지
못하고 또 기초과학연구에 아무리 투자해도 이를 맡을 창조적 인재가
없다면 하등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재의 육성에 있다.

이제라도 창조적 인간을 길러낼 교육제도와 사회풍토를 적극 조성해야
한다.

왜 일본에는 빌게이츠와 같은 인재가 나오지 않는가 하는 일본인들의
한탄의 소리를 한귀로 흘려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