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비틀거리고 있다.

붕괴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 6일째 하락행진을 거듭하더니 지난 24일에는
마침내 850선이 무너지고 고객예탁금이 2조원미만으로 감소한 바
있다.

특히 작년 2월 한때 4조원이 넘었던 고객예탁금의 반감사태는 극도의
투자심리 위축과 그에 따른 투자자들의 이탈현상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주가는 25일 증안기금 개입설에 자극받아 후장에 급반등,862.18
포인트로 회복됐으나 기력잃은 증시기조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이 지경으로 맥을 못추고 붕괴우려까지 나돌게 된 배경에
관해서는 많은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실물경제는 괜찮다.

과열을 들먹일 정도의 호황이 거시지표상으로는 기록되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경기가 침체를 걱정할 정도로 주춤한 것은 증시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증시주변 재료에는 부정적인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은게
사실이다.

우선 공급측면에서 금융기관의 유상증자와 일부 국책은행 주식의
추가매각,한국통신 주식의 상장등 많은 물량증가가 예고돼 있는
터이다.

그런가 하면 수요측면에서는 6월 지자체선거로 엄청난 돈이 빠져나갔다고
봐야 하는 데다 금융기관들이 고수익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중소기업계가
계속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회사채 수익률이 15%에
육박하는등 고금리추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지난 4월의 가격제한폭 확대조치로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신중한 투자자세를 취하는경향도 중요한 요인가운데 하나로 꼽을수
있다.

증권시장은 말그대로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 돈을 매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다.

따라서 공급이 넘치거나 수요가 어떤 요인에 의해 위축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가격형성은 교과서적인 시장이론만으로는 설명할수
없는 다른 무엇이 있다.

우리 증시에서는 특히 그렇다.

시장기반이 아직 취약하고 투자여건이 완전히 정비 성숙되지 않은
탓이기는 하지만 당국의 규제와 개입이 너무 많다.

따라서 걸핏하면 부양책이 거론되고 실제로 동원되곤 한다.

주가도 그에 따라 춤을 춘다.

중요한 것은 시기와 신뢰다.

부양책은 소문이 나기 전에 실행돼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약효가 없다.

증안기금이 좋은 예다.

이미 시기를 놓쳤다.

증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지만 정책에 대한 신뢰는 더 중요한
문제다.

선거후에도 통화환수나 긴축정책을 펴는 일이 없을 것이라지만 사람들은
반신반의한다.

선거를 의식한 듯한 각종 정책남발도 신뢰에 흠이 되고 있다.

뭔가 획기적인 증시부양책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가 선거때문에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국이 지금 할수 있는 일은 먼저 부양책의 유무를 분명히 하고,만약
있다면 즉시 실행하는 것이다.

물론 투자자들이 나름대로 장래를 정확히 예측할수 있게 하고 증시의
자생력을 배양하는 일이 보다 중요한 과제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