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세 < 한국선급 회장 >

세계무역의 자유화추세와 국제기술경쟁 강화에 수반하여 우리나라도
최근 경제의 서비스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은 그러나 상품교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그것은 양질의 서비스를 원활히 공급해줄수
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절대적인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세계경제의 서비스화는 더욱 고도화되고 전문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러한 국제정세에 적절히 대처하고 자유경쟁에서 뒤지지않기
위해서는 기술서비스의 전문화를 통한 신뢰성있는 서비스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세계 굴지의 조선능력과 우수한 선원의 운항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의 해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해운산업의
특성상 일찍이 세계화를 위한 실무에 익숙해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해운업계는 EU를 중심으로한 국제규정의 강화,우수한
선원의 해상생활기피현상과 국적선 적취율의 웨이버제도 완화등을
요구해오는 타국적선과의 경쟁등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U는 또한 선용품에 대한 CE마크를 제정해서 우선 유럽소속선박에
강제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들 선박을 많이 건조하고 있는
우리조선업계나 유럽지역에 취항하는 선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결국 해운서비스산업의 구조적인기반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의 선대가 서비스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구조적 기반에는 국제규정에 따라 선박이 건조되고
급속히 변화하는 기술기준을 신속히 수용할수 있는 능력(한국선급의
업무에 해당함)이 중요한 요소가 되며 해난사고를 방지하고 선박의
운항효율을 증대시키는 우수한 선원과 회사의 건전한 품질시스템등이
관건이 된다.

근래 국제 해운업계의 주요관심사로 부각되어 있는 것은 선박의
구조설비와 선박의 운항에 관련한 지나치게 엄격한 국제규정의 채택과
이들의 빈번한 개정이며,또한 항만국통제에 의한 선박의 억류이다.

일정시점까지 2중선체로 개조하지 않으면 운항할수 없게 되는 탱커에대한
국제규정의 채택등 현존선의 구조를 대폭으로 개조하게 하는 안전규정들이
구조적기반이 약한 국가의 선대들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개발도상국의 일부 선사들은 개정된 규정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외국항에서 선박이 억류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USCG(미연안경비대)는 작년부터 자국에 입항하는 기준미달선박의
선주,선급,나아가서는 소속국가에 까지 연대책임을 묻는 선박감독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EU국가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있다.

따라서 한 선박,회사의 선대,나아가 국적선 전체의 신뢰도가 지금
건조되고있는 선박의 향후 국제경쟁력에도 영향을 주게되는 것이다.

한국선급은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10대 선급의
대열에 서서 우리해운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200명 이상의 검사기술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선급과 정부대행(국제협약검사)그리고 산업부문에 있어
확고한 국제적신뢰도를 바탕으로 최상의 기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러한 한국선급의 서비스결과는 국적선대의 경쟁력강화에
크게 연관되어있다.

최근 유엔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을 건조함에
있어 사실상 국제선급연합(IACS)에 가입돼 있는 선급의 기준만을
인정하도록 결정함으로써 국제선급연합에 가입되어있지않은 선급들을
크게 당혹시켰다.

선박의 건조와 해난손상 수리시 선급의 기준에 따라 수십만달러까지도
비용차이가 발생될수 있다는 점에서 수천만달러의 해상보험에 직결되어있는
선급검사를 타국의 선급에 의존하지 않을수 없게된다는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크게 불이익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조선능력과 세계 10위권의 해운력을
보유하고있는 우리나라가 자국선급인 한국선급을 보유하고 그 한국선급이
세계 11개국 선급만을 선별해서 가입시키고 있는 국제선급연합에서
정회원자격을 취득하고 있음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국선급의 구조적측면에서 개선발전시켜나가야 할 사항은
아직도 많이 있으며 이중 일부의 문제는 시급하고도 절박한 것이다.

최근 3대 IACS선급(미국 영국 노르웨이)은 회원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결의를 추진중에 있으며 이에는 선급이 국내외의 지부사무소를 최소한
50개소를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현재 국적선위주의 선급을 1,200만t정도 보유하고 있는 한국선급이
2~3년내에 20~30개의 국내외의 지사무소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간단히 수십억원의 추가재원을 조달하는 것도 쉽지않은 일이지만
수십명의 지사무소장급의 기술인력을 일시에 보충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국제사회의 거센 개방화 물결아래에서 비단 한국선급만이 직면하는
문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러한 일들은 기술서비스를 제공하고 정해진
수수료만을 적용해야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서는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한국선급은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확장에
더욱 힘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각종 대교의 용접감리업무를 수임하였고
선박관리제도 및 화물고박과 같은 운항성이 강한 업무를 수행해
나갈수 있는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유럽정부검사권과 동남아시아 선박의 검사권수임을 통해 이들
선박의 검사업무도 확장해 나갈수 있도록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결국 한국선급의 재정적인 입지를 튼튼하게하고 기술연구에의
폭넓은 투자를 통해 신뢰성있는 기술서비스를 제공할수 있게되며
나아가 해운 조선의 국제경쟁력강화에 더욱 크게 기여할수 있게
될 것이다.

분명 세계화의 원년에 서서 우리의 기술서비스의 중요성은 강조되어
지나칠 것이 없으며 해운의 국제경쟁력도 안전한 선박운항을 통해
확보될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선급의 선급과 협약의 검사서비스의
중요성은 어느때보다 크게 부각된다.

한국선급이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함으로서 우리의 해운조선의 국제경쟁력강화
에 일조를 더 할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