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을 우리들은
전문가라 부른다.

그러나 전문가들마저도 자신의 예단과 변화하는 상권을 파악하지
못해 종종낭패를 당하는 곳이 부동산이고 보면 이는 부동산개발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 준다.

소규모 주택사업자인 김모씨(42)는 지난 93년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1동150번지 일원 103평의 부지를 구입,지상3층의 다가구주택을
지었다.

베테랑급 개발자로 불리던 김씨는 이 다가구주택을 건립한 것을
계기로 현재 사업자금융통이 예전같이 않다.

지난 15년간 30여채의 단독주택을 성공적으로 분양한 김씨가 최근의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겪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김씨는 마포구 당산동에 지은 2채의 단독주택을 분양, 지난해초
서대문구 연희동에다 땅을 구입했다.

이 땅은 고도제한에 묶인 풍치지구로 건축법상 2층이상 건립이 불가능
했으나 개발전문가인 김씨 눈에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우선 안산을 마주보고 있는 야산 꼭대기 바로밑에 위치해 녹지공간이
풍부한데다 야산밑의 주택가로부터 언덕경사로 생활소음이 차단되고
전망이 탁트여멀리는 여의도 63빌딩과 쌍둥이빌딩까지 시야가 미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김씨의 관심을 끈건 지가였는데 그당시 시세가 평당 300만원선에
형성돼 있어 비교적 저렴할뿐 아니라 건물증축이 어려운 풍치지구임을
감안하면 생각보다도 싸게 부지를 확보할수 있고 언덕을 이용하면
건축법의 범위내에서 3층까지 지을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풍치지구내 건축물의 용적율과 건폐율이 낮아 넓은 주차장을 확보
할수 있는 것도 주차장확보가 어려운 다른 지역의 단독주택보다 경쟁력이
높이는 수단으로 기대했다.

103평 부지를 평당 40만원이 싼 260만원에 모두 2억6,800만원에 구입,
사업의 시작은 순조로왔다.

김씨는 풍치지구내에서 허용되는 건폐율 30%보다 조금 많은 전용면적
42평을 건물바닥면적으로 확보,연면적 126평까지 이용할수 있었는데
경사지를 깍아 축대를 쌓아올려 이용가능한 공간을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기 문이다.

경사지에 축대를 만듦에 따라 부가적인 이득도 생겼는데 건축법상
1층은 출입구가 땅을 파고 들어가 지하층에 해당되나 1층에서는
출입구만 아래쪽으로 통할뿐 여의도까지 시야가 미치는 전망좋은
언덕위의 집이었다.

공사는 5개월간 진행됐는데 공사비는 평당 170만원을 투입, 모두 2억
1,500만원정도 소요돼 총비용은 땅값 2억6,800만원을 포함해 4억8,300
만원이 들어갔다.

개발을 끝낸 김씨는 1층은 21평(분양면적 25평)씩 구분,가구당 8,500
만원씩 모두 1억7천만원에 분양하고 2-3층(각각 분양면적 50평)은 가구당
2억5,000만원에 분양,모두 6억7,000만의 분양소득을 거둬 1억8,500만원의
순수익을 기대했다.

그러나 김씨의 판단과는 달리 분양이 여의치 않아 건축비마저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분양을 포기한 김씨는 1층의 반은 자신이 거주하고 나머지는 5,000만원에,
3층은 1억1,000만원에 각각 전세를 주고 2층은 사업자금을 공동투자한
동업자에게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김씨가 초기개발에서 값싼 부지,탁트인 넓은 주차장,최대한도의 공간
이용 등 매력적인 유인요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을 간과한 것이 있다.

이는 야산밑을 지나는 대로로부터 김씨집까지 소로로 연결돼 교통이
불편할뿐아니라 풍치지구내 주택이 일반주거지역내 주택보다 부지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분양가가 조금 높다는 사실이다.

또 주택마련을 준비중인 사람들이 재건축의 어려움때문에 풍치지구내
다가구주택은 기피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