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제신문을 비롯한 일간신문들이 감사원 감사를 근거로 병원에서
아직도 의약품 납품을 조건으로 하는 "랜딩비"나 "리베이트"등 부정한
금품을 수수하고 있다고 보도한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특히 이러한 금품이 병원의 비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추측보도까지
하여 마치 병원에 거대한 부정이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

병원에서 약품을 채택해 주는 랜딩비나 약품의 사용량에 비례하여 사례금을
주는 소위 리베이트는 근절되어야 할 의료계의 불법행위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에서 조사 발표한 내용은 대학병원들의 경우 이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우선 지적해 둔다.

지난 89년 감사원의 병원 의약품 납품부조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있은
후 대부분의 병원들은 제약회사가 병원의 의사들이나 교실에 직접 로비를
함으로써 생기는 부조리를 막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연세대 병원의 경우 이러한 사례가 발견될때는 해당제약회사와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는 한편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대가로 생긴 이익을
학교나 병원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경우는 공식적으로 재단에 장학금이나
기부금을 내도록 조치했었다.

이 기부금은 수령즉시 학교재단 이사장명의의 공식 영수증을 발행하였고
학교예산에 정식으로 편성하여 장학금이나 학교발전을 위한 시설비등으로
쓰였다.

대부분의 대학병원들도 이때 이러한 방법으로 랜딩비나 리베이트라는 불법
행위를 없앤 것으로 안다.

그러나 93년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병원의 의약품 납품
실태조사에서는 이러한 기부행위도 공정거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하여
의료기관들의 신뢰도에 크게 상처를 입혔다.

이에따라 병원들은 다른 자구책을 찾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후 등장한 것이 도매상을 통한 "할인매입"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보험약품의 마진율을 병원 14.17%, 도매상 5%로 정하고
그 이하의 가격으로 거래했을 경우는 약가를 낮추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도매상에서 약품을 구입할때 입찰에 부치면 이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제약회사들의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50~70%까지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서 의약품의
품질이 의심될 정도이다.

이렇게 기준이하의 가격으로 납품이 되는 경우 도매상에는 영업수익이
더 생기게 마련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된것은 도매상이 이처럼 영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병원재단에 전입시켰다는 것이다.

불법행위에 속하는 랜딩비도 리베이트도 아닌 것이다.

감사원의 지적대로 병원이 거래우위라는 조건에서 제약회사로 하여금
에누리를 할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병원들의 도덕성은 문제가 될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종전과 같은 불법행위는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그 도매상이 정관상 명시되어 있는 재단의 수익사업체
이기 때문에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재단에 전출시킨 것이 언론이나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아야 하는 대상인지 묻고싶은 것이다.

재단산하에 있는 연세우유나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재단에 전출하여 학교발전에 쓰는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기업 이윤을 추구하는 제약회사간의 생리적 경쟁을 없앨수 없는 현실에서
자연히 생겨나는 거래이익에 대하여는 지나치게 경직된 정책을 펴거나 어느
개인, 또는 어느 기관의 부정인 것처럼 색안경을 쓰고 보지만 말고 선의의
경쟁속에 제약회사도 발전하고 거래상 발생된 이익이 어떤 형태로든 병원의
발전에도 기여함으로써 환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선도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의료보험진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나 재료비에서 이윤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는 원칙은 지키되 병원의 현실을 올바로 보고 병원들이
제약회사에서 의약품을 납품받아 보관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며 환자진료시
배분하는 모든 과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약값의 25%수준)는 인정해 주는
선에서 탄력성있는 정책을 펴는등 행정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지양해
주었으면 한다.

박두혁 < 연세의료원 홍보과장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