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들은 7일 실시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우파인 자크
시라크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14년간의 좌파통치시대를 종식시켰다.

엘리제궁의 주인이 좌파에서 우파로 바뀐 것이다.

시라크 후보의 당선은 사회당 장기집권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거부감을
반영했다고 볼수 있다.

동시에 프랑스인들은 시라크후보가 프랑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보다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분명히 이번 선거를 통해 시라크 당선자에게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줄것을 주문하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300만명이 넘는 실업자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데다 노조의 파업위협 등으로 사회적 불만이 만수위에 이른 상태다.

그동안 누적돼온 사회적 불만 요인들을 해소하고 침체된 사회분위기를
쇄신시켜 보자는 국민적 욕구가 이번에 정권교체로 나타난 것이다.

시라크는 17년간 파리 시장을 지냈고 두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하는등
풍부한 행정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시라크의 당선은 선거기간중 실업문제 조세문제등 국내 현안전반에
대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겠다는 공약과 함께 그의 개인적인 행정운영경험
이 유권자들에게 믿음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보적 보수주의인 신드골주의의 기수로 알려진 시라크 정권의 탄생으로
프랑스의 대외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드골주의의 모토인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미국이나 독일등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독자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보여 유럽통합이라든가,국제
정치질서에도 적지 않은 난기류가 예상된다.

시라크의 당선으로 프랑스의 경제정책도 종래의 안정위주에서 성장.고용
우선주의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시라크는 전임자인 미테랑대통령을
훨씬 능가하는 세일즈외교를 펴는등 시장경제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소 성급한 판단일지 몰라도 시라크정권의 등장은 한국과 프랑스간
경제협력에도 청신호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시라크는 동양문화와 아시아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아왔고 특히
파리시장 재직시에는 서울시와 자매결연을 추진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이해심이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럽시장 접근을 서두르는 한국으로서는 시라크정권의 탄생으로
한.프랑스,한.유럽 관계를 한층 강화시키는 계기를 맞은 셈이다.

프랑스는 한국의 14번째 무역상대국이다.

양국간 교역규모는 지난93년 24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두나라 경제력에
비추어 볼때 확대여지는 매우 크다고 본다.

한국의 프랑스시장 점유율은 0.5%에 불과하고 프랑스의 한국시장점유율도
1.8%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TGV사의 경부고속철도 참여로 산업협력및 기술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성장우선의 경제정책을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시라크 정권의
등장이 한.프랑스간 경제교류를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