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안팎으로 하도 급변하니까 단 몇주만 지나도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안들이 쌓여 간다.

그래서 어떤 나라 국민이나 가장 기다리는 것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수시수시 견해표명이다.

26일 오후 김영삼대통령이 기자와의 간담회 형식으로 피력한 최근 국내의
현안들 가운데 그중 관심을 끄는 사항은 뭐라해도 개헌 지방선거 경수로
문제를 꼽지 않을 수 없겠다.

첫째로 여야 일각에서 조용히,그리고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던 대통령
중임제나 내각제로의 개헌문제는 어차피 최대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김대통령의 태도는 명쾌하고 단호한 "노"였다.

대통령은 개헌을 장기집권의 도구로 보는 강한 신념을 비치며 자신의
임기중엔 절대로 개헌이 없다고 확언했다.

나아가 내각제를 하는 일본의 정치불안을 상기시키며 대통령중심제의
타당성을 강조한 점으로 보아 적어도 현재로선 정부.여당이 어떤 개헌구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믿어도 될듯하다.

둘째 오는 6월의 지방선거에 관한 언급이다.

공명선거에 대한 의지는 너무나 단호하게 비쳐졌다.

다른 무엇보다 이점은 김대통령이 국민에게 갚아야할 가장 무거운 빚이라고
믿기 때문에 꼭 관찰되리라는 것이 우리의 기대이다.

그러나 오는 지방선거가 과연 민주주의 증폭의 새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에는 노파심의 그늘이 드리워진채로 있다.

무엇보다 민자당이 자치단체장 후보 경선원칙을 크게 후퇴시키는데
연유할지 모른다.

더욱 이날 대통령은 정원식씨의 서울시장후보 영입문제에 직접화법은
피하면서도 대단한 개인적 호감표시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는 다시한번 선거에 임하는 여당의 이면당략을 주목하게 만든다.

셋째 대북한 경수로제공에서 한국형 관철과 한국 중심역할의 당위성에
대한 확신에 찬 의지표명이 눈에 띤다.

하도 여러차례 강조했고 또한 그 성공에도 낙관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
보인다.

만일 북핵에 관한 북.미간 접촉초기부터 대통령의 의지가 이렇게 확고하게
표명됐더라면 오늘날 같은 혼선은 없지 않았을까, 만시지탄이 나올 정도다.

일이 꼬일수록 최고 결정자의 전략적 사고는 장기안목이고 확실해야 한다.

매우 믿음직스럽다.

넷째 사법제도 합리화등 제도개혁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천명되었다는
점이 좋다.

법관 양산이나 로스쿨 설치중에서 주로 기득권자와 그렇지 않은 자간의
대결같은 양상은 초월적인 대통령의 방향감각없이 좀처럼 타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게제의 소신피혁은 시의에 맞다.

다만 미일등 선진국의 사회혼란에 비해 국내질서가 이만큼 유지됨에
자신과 만족을 표명한 점, 중소기업 문제를 포함한 경제현황에 낙관록이
넘친 점에 대 일말의 우려를 지을수 없다.

이 시대 범죄의 국제 연계성은 장담키 어려우며 경쟁력을 외쳐도 국제수지
가 확대되는 매우 불안한 일면을 낙관만 하긴 어렵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