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권리관계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주인의 말만 믿고 입주했다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경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세입자에게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 항소2부(재판장 이재곤부장판사)는 17일 은행에 의해
근저당권이 설정된 주택에 전세입주했다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이모씨
(경기 구리시 교문동)가 이 주택을 소개한 부동산중개인 이모씨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중개인에게 1천1백여만원
(과실비율 45%)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입주한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으로 인해
부동산이 타인에게 경락되는 바람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
된다"며 "그러나 입주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중개인측이 부동산의 권리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계약해지를 권유했는데도 전세금 반환
등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집주인의 말만 믿고 입주한 원고측에 과실이
있으므로 중개인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원고 이씨는 지난 92년9월 피고측의 중개로 전세금 2천5백만원에 경기
미금시 금곡동 연립주택에 입주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은행 융자를 받아
잔금을 지불하기 위해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던중 입주예정 주택에
은행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입주했다가 전세금을
못받게 되자 성실중개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지라며 중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