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보통신은 올해초 생산직근로자에 대한 직급체계개편을 단행했다.

생산직과 사무직으로 이원화된 직급구분을 없애고 단일호봉제를 채택했다.

또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생산현장사원에 대한 완전월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생산직근로자들이 급여와 인사에서 사무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수있는
단일호봉제와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용하고있는 시급제를 없애고 도입한
완전월급제는 상당히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회사의 근로자 박진우씨(34.생산1부)는 "생산기능직사원들도 기업의
"별"로 불리는 이사까지 승진할수있는 길이 열린데다 완전월급제의
도입으로 근로자들의 근로의욕과 사기가 상당히 높아지고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LG정보통신처럼 능력위주의 신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사업장은 그리 많지않다.

특히 생산직근로자들은 사무직위주의 인사구조속에서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사실 생산직근로자는 관리직과 비교해 인사와 보직등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해있다.

아무리 일을 많이하고 근속년한이 올라가도 "근로자"로서 퇴직을 맞아야
한다.

A사의 P노조위워장은 "현행 인사체계하에서 근로자들은 희망을 잃고
지치기 쉽다.

직장이 자아실현의 공간이기보다는 그저 먹고 살기위해 다니는 곳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산공단내 근로자 박모씨(43)도 "새파란 30대과장이 50대근로자를
다그치는 모습을 보면 참담한 심정이 든다"고 털어 놓았다.

이같은 현실에서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주인의식"을 주문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연세대학교의 이학종교수는 "관리직과 비교해 근로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인사 보직체계를 재편해야한다.

이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이룩하는 지름길인 동시에 기업의 새로운
경영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LG를 비롯한 일부대기업들이 신인사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근로자에 대한 인사제도의 개선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보자는
경영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5월 현장근로자들을 상대로 신인사제도에 관한
설명회를 가졌다.

직능자격급 단일호봉제를 도입하고 기존 학력중심의 직급체계를 업무
중심으로 전환,생산직근로자도 중역으로 승진할수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노조관계자는 "직군에 따라 상당히 기대가 큰 근로자들이 많다"는
노조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시계도 오는 7월부터 기존 기능직종과 사무직종을 단일직종으로
통폐합하고 단일호봉제를 채택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신인사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회사 노사협의회의 윤용수씨는 "직종구분을 없애면 근로자들의
소외감이 상당부분 해소될것"으로 기대한다.

우성건설이 지난 93년부터 실시하고있는 "발탁승진제"와 "자기도전제"도
이색적인 신인사제도이다.

발탁승진제는 직장동료 상하직원 3명이상의 연대추천만 있으면 일단
승진심사대상에 들도록 정한 제도이다.

또 자기도전제는 승진하고 싶은사람 본인이 직접 승진신청서를 제출,
심사를 받는 경우다.

지난해 12월 자기도전제에 의해 혁신추진팀 과장으로 유일하게 승진,
회사내에서 화제가 된 서찬경씨는 "기업환경변화에 따라 과감하게
신인사제도를 도입한 회사의 의지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혁신추진팀
과장을 지원했다.

승진에는 행운이 따랐겠지만 평소 하고싶었던 일들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회사의 노조사무국장 신웅철씨도 "처음에는 당황해하던 조합원들이
이제는 회사의 방침을 이해하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대기업들이 시도하고있는 이같은 신인사제도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놓여있다.

아직도 많은 경영진들이 "연공서열제"에 강한 집착을 갖고있는데다
근로자들을 대등한 관계로 보는 시각에 익숙하지않기 때문이다.

D사의 경우 지난 90년부터 신인사관리제도를 시행해오고 있지만
연공서열제의 두터운 벽을 허물지 못하고 결국 직군세분화정도에
그치고 말았던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웅변해주고 있다.

신인사제도에 대한 근로자들의 부정적인 시각도 문제다.

재야노동계를 비롯한 일부근로자들은 신인사제도에 의심과 두려움을
갖고있다.

이들은 아직도 "신인사제도는 노동강도를 높이려는 회사측의 전략"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형사업장의 경우 대부분의 노조가 회사측과 신인사제도에 관한
협의기구를 두고 있음에도 논의가 활성화되지 않는것도 이같은 거부감
때문으로 볼수있다.

LG전자의 정재환인사부장은 "근로자들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하는
속성을 지니고있다.

그러나 일단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어느 계층보다 적극적이다.

회사측이 신인사제도에 대한 꾸준한 설명과 접촉을 통해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는 작업이 앞서야한다"고 지적하고있다.

열심히 일하면 누구든지 차별을 받지않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수 있다는
공감대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