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LG그룹 신임회장은 지난 75년 (주)럭키에 과장으로 입사한 이래
부장.이사.상무.전무.부사장등의 직급을 거치며 20년간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본격적인 그룹 경영활동에 참여한 것은 지난 89년 그룹부회장으로 승진
하면서부터.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재학중 미국 애쉴랜드대학(경영학)
클리블랜드대학원(경영학석사)에서 공부했다.

그룹에 발을 디딘뒤에도 LG전자의 이사.상무시절 일본지사에 근무하는등
국제적인 경영감각을 익혀 국제부문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그룹부회장시절 기술자문위원회와 해외사업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기술개발력 제고" "세계화 추진"등 제2혁신 작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구회장은 평소 "글로벌 경영에서는 초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신규사업은 시작하면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 1등은 양위주가 아니라
경쟁사보다 우수한 핵심스킬을 보유할 때만 가능하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다고 한다.

그룹회장에 오르기까지 "사장"보직을 맡아보지 못한 점을 스스로 가장
아쉬워하고 있지만 지난 90년 프로야구단 LG트윈스 구단주를 맡아
부족하나마 나름의 경영수완을 발휘할 기회는 있었다.

이때 그룹의 "자율경영"모토를 구단에 그대로 접목시켜 감독에게 팀운영의
전권을 위임하는 "자율야구"로 창단 첫해와 작년시즌 두차례나 팀을 우승
으로 이끄는 수완을 보였다.

매사에 "최고"를 추구하는 구회장이라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시하는게
"정도추구"다.

"계열사간에도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며, 기업이든 사람이든 공정하고
철저한 경쟁을 통해서만 성장이 가능하다"는게 그의 경영관이다.

그룹 임원들과의 간담회때 "만약 그룹계열사인 LG건설에서 지은 아파트가
부실공사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완전히 부숴버리고 새로 지어 고객들에게
다시 제공해야 한다"고 말할만큼 철저한 고객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

이에 비해 성품은 소탈하고 사교적이어서 해외출장시 공항귀빈실을 이용
하지 않으며 도착지 공항에 주재원이 나오는 것도 싫어한다고 한다.

저녁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질 경우에는 운전기사를 돌려보내고 택시로
귀가하는 경우도 많다.

시간관념이 철저해 약속시간보다 20-30분정도 일찍 나가 기다리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모임에서는 유머가 풍부하며 남의 말에 주로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취미는 낚시 사냥등 집중력이 요구되는 레저분야다.

그러나 그룹회장 취임으로 "좋아하던 취미생활은 이제 다 끝내야 하게
됐다"고 말한다.

오랜 해외생활로 영어.일어로 된 외국 경영및 자연과학분야 신간서적을
많이 탐독한다고 한다.

부인의 생일을 빠짐없이 기억해 나이에 해당하는 숫자의 장미꽃 송이를
선물하는 자상한 면도 있다.

김태동전보사부장관의 딸인 김영식여사와의 사이에 외동딸 연경양(고교
재학중)을 두고 있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