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산하자회사에 조직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위인설관식으로
만들어진 자회사의 회장과 고문직이 첫번째 타깃이다.

감사원이 이미 지난해 감사결과 지적한 사항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중소기업은행 주택은행등 자회사를 두고있는 국책은행
들이 조직개편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산업은행이 제일 먼저 자회사의 회장및
고문제 폐지와 자회사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이에따라 기업은행 주택은행등 다른 국책은행들도 자회사 군살빼기를
서둘러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산업은행은 13일 산업증권등 4개 자회사의 회장및 고문직을 폐지하기로
하고 내달 15일까지 사표를 받아 퇴임처리키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자회사에 조직축소등 조직개편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2개월간 24개 정부투자기관및 출자회사에
대해 경영관리실태를 점검한뒤 12개 내외의 회장및 고문자리를 감축할
것을 재경원과 통상산업부에 요구했었다.

이들 자리가 대부분 위인설관식으로 만들어져 비상근인 경우가 많고
연간15억원이나 되는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또 산업증권등 4개계열사에 조직개편을 이미 지시한
상태로 각 계열사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조직개편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달초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산업증권은 3월중순께까지 조직개편안을
확정지은뒤 이를 반영해 4월에 정기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지난해초 명예퇴직제와 팀제 도입,결재단계축소,본점축소및
영업점강화등을 골자로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적이 있어 자회사들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조직개편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은행과 주택은행등의 국책은행도 회장및 고문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처리시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중소기업은행에서는 기업리스 류문희회장과 기업개발금융 강동기회장이
해당된다.

유회장과 강회장은 각각 기업은행 감사와 부행장보 출신으로 올6월과
9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주택은행에서는 주은리스 임 호고문과 주은투자자문 권동수고문이
모두 올6월에 임기만료된다.

이들 회장및 고문은 모두 올해안에 만기가 되므로 일부에서는 이들이
임기만료로 자연스럽게 물러난뒤 자리를 없애는 방안이 무난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군살빼기를 서둘면서 다른 은행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은행의 한임원은 "인사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수 없는
점이 있어 임기전 퇴임과 임기만료퇴임등 두가지 방안을 놓고 아직
검토만하고 있다"며 "그러나 산업은행이 회장제등을 전격적으로 폐지키로
함에 따라 우리도 영향을 안받을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장제및 고문제폐지로 재무부나 국책은행출신 임원들의 예우를
위한 자리가 그만큼 축소돼 낙하산인사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산업리스의 정회장 기술금융의 박회장 새한종금의 허회장등은 모두
산업은행부총재보를 거쳤으며 남학우 산업증권고문도 산업은행부장출신
으로 이들이 계열사로 자리를옮김으로써 인사적체가 심한 산업은행의
내부승진에 숨통을 트는 역할을 했었다.

또 대한투신사장을 거쳐 산업증권 회장으로 영입된 김회장의 경우도
재무부인사를 위해 자리를 비켜줬던 경우.

재무부출신인사가 대한투신사장으로 내정되면서 재무부가 당시 사장
이었다 임기전에 물러나는 김회장을 위해 국책은행자회사인 산업증권에
회장직을 신설,자리를 만들어 줬었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