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장이 14일 7개항의 공동선언문을 내놓고 노총에 중앙단위의
임금합의재개를 촉구하게 된 것은 "사회적 합의"를 둘러싼 환경이
지난해와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이다.

경총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고통분담"의 논리가 통했으나 경기호전에
따라 사용자측의 실제적인 제안 없이는 사회적 합의가 자칫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날 모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게다가 노총은 이미 지난해 11월 독자적으로 "사회적 합의 거부"를
표명한 이후 공식석상에는 계속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별한 제의"를 내놓지 않고는 노동계와 노총내부에서 명분축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총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5단체장이 이날 내놓은 7개항의 선언은 올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대표교섭이 시작될 때 사측이 내놓을 수 있는 아이템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정도라면 사회적 합의를 해도 손해날 것 없다는 노총의 반응을
재계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경제5단체장이 내놓은 "국민경제발전에 책임을 함께하는
합리적 노동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는 선언은 노총이 지난 2년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축적해온 "국민노동운동"의 주체로서의 위치를
더욱 부각시켜주었다고 볼 수 있다.

고용보험사업중 능력개발사업은 노사중앙단체가 공동운영하도록
정부에 건의키로 한 것도 노동계의 대표로서 노총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총과 함께 물가공동위원회를 구성 물가안정과 생활개선을 도모한다는
제안도 노총의 임금인상률제의에 객관성을 보태주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또 하청단가의 인상을 통해 중소기업근로자들의 복지증진에 노력하기로
해 최근 몇년간 임금인상 과정에서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로 더욱
박탈감이 높아진 중소기업근로자들에게 노총이 할 말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특히 경영성과의 일정비율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함으로써
근로자복지를 향상시키겠다는 제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완전히
정착시키겠다는 재계의 의지로 평가된다.

이미 그동안 전국 5백49개 업체가 1조4백77억원의 근로복지기금을
적립해놓고 있는 상황에서 당기순이익 5%이내로 규정된 법적 한도내에서
각 기업들이 최대한 근로복지기금출연을 확대키로 경제5단체장은
의견을 모았다.

경제5단체장의 이날 제의는 "고통분담"을 넘어서 "노사협력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경영정보의 공유,노사협의회운영 활성화로 근로자의 참여기회를
확대한다"는 제의와 "대기업은 협력적 노사관계발전과 산업평화정착을
위해 솔선 노력한다"는 선언에 농축돼있다.

경제5단체는 빠른 시일 내에 경총중심으로 실무팀을 구성,노총이
사회적합의 개시의사를 표명하면 이 제의들을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회의직후 발표를 맡은 조남홍경총상임부회장은 "이제 공은 노총에
넘어갔다"며 "노총이 사회적 합의에 동참한다면 이 경제5단체장의
제의가 더욱 구체적인 모습으로 가속력을 가질 것"이라며 노총에
사회적 합의재개를 촉구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