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앞둔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직후 노후를 생각하게 된다.

모아놓은 재산이 변변치 않을수록 노후에 대한 생각은 염려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정년을 앞둔 송모씨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30여년을 국민학교에서 학생들과 씨름하느라 세월가는 줄 몰랐던 그는
최근까지도 큰 시름에 빠졌었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긴터라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컸다.

그러나 송씨는 선친으로부터 물러받은 1백여평의 땅을 효과적으로 개발,
노후대책을 마련한 케이스가 됐다.

이땅에 오는 7월께 지하1층 지상4층의 원룸아파트를 완공하면 7억3천2백
만원의 전세금이 들어와 총공사비 4억7천백만원과 설계및 감리비등 기타
경비 6천2백84만원을 제외하고도 1억9천4백36만원의 가용자금(전세금)을
확보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땅이 평당 7백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부동산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지금 땅을 팔면 시세의 70%정도밖에 받지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려 매도보다는 개발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토지매매로 제세금을 부담하는 경우보다 개발함으로써 토지의 가치도
높이고 수익도 올리기 위해 요즘 인기를 끌고있는 원룸아파트를 짓기로
했던것.

물론 이경우 송씨는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돼 세금도 훨씬 적게 내게 된다.

송씨는 퇴직후 한때 섬유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친구와 동업으로 사업을
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퇴직교사들이 사업에 실패한 경우가 많아 이내
생각을 돌렸다.

결국 송씨는 이땅을 개발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 소형주택을 전문적으로
짓는 삼요건설을 찾았다.

그러나 부동산개발을 상담받은 건설회사측은 고민에 빠졌다.

송씨 소유의 나대지는 무역센터와 1백50m 거리에 위치, 지가는 비싸지만
대로와 3블럭 떨어져 있어 효용성이 낮은 땅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고급주택지였던 이곳은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이발소등 근린생활시설들
이 침투, 일반주거용도로도 부적합했다.

게다가 테헤란와 삼성로등 주위를 관통하는 대로변에 상권이 집중, 요즘
각광받고 있는 24시간편의점을 개설하기에도 마땅치 않은 장소였다.

삼요건설측의 실무진들은 이곳의 교통시설, 상업시설, 의료시설, 교육
시설, 공공기관, 문화시설, 체육시설, 토질및 지반형태, 지가등을 3개월간에
걸쳐 분석한 결과 고급 원룸아파트가 적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원룸아파트에는 신혼부부나 직장인 대학생들이 입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지역은 땅값이 비싸 평범한 원룸아파트론 수지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무역센터를 중심으로 외국인회사들이 밀집해 있어 외국인을 대상
으로 고급시설을 갖춘 원룸아파트를 짓는다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3월 공사에 들어가는 송씨의 외국인대상 원룸아파트는 1백3.81평의
대지에 건폐율 55.19%, 용적율 1백76.96%가 적용돼 지하1층 지상4층
연면적 1백83.72평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시설의 고급화를 위해 지하1층은 비지니스상담에 필요한 팩스 전화기
컴퓨터등을 구비, 생활공간으로 조성되며 지상1층은 원룸아파트론 처음으로
피로티공법이 적용된다.

피로티공법은 지상1층에 4개의 기둥을 만들어 건축물을 지지하고 빈공간은
주차장과 로비로 활용하는 공법인데 삼요건설측은 이를 9대의 주차장시설과
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지상2~3층은 12평형이 6가구, 13평형이 4가구씩 모두 10가구, 지상4층에는
12평형 5가구가 들어선다.

전세금은 12평형이 4천8백만원, 13평형이 5천1백만원으로 결정됐다.

임대가 쉽게 될지는 알수없으나 주변에 고급원룸아파트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이 많아 송씨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 김태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