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은 LG로, 계열사명은 엘지로" 연초 CI(기업이미지 통합)차원에서
이름을 바꾼 LG그룹이 계열사 개명작업을 앞두고 "복병"을 만나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지게 됐다.

금성사(LG전자) 럭키(LG화학) 럭키금성상사(LG상사)등 주요 계열사이름을
오는 3월부터 "LG"로 정식 개칭한다는 방침에 대해 최근 정부로부터
"불가"판정을 받았기 때문. 이유는 "모든 법인의 이름은 한글이나
한자로 표기돼야 하며 외국문자를 쓸 수는 없다"는 것. 특허청은
최근 LG그룹측이 2월중 각 계열사에 정기주총 의결과정을 거쳐 3월초
사명을 "LG00"로 통일해 상호를 변경등록토록 한 조치에 대해 이같은
"유권해석"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그룹내 계열사들의 상법상 이름은 "엘지전자" "엘지화학"
"엘지상사"등으로 등록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그룹은 상법상 등록대상이 아닌 "임의단체"여서 현행대로
"LG"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그룹명칭과 계열사명칭이 표기상 서로 틀린 "따로국밥"신세를
여전히 면키 어렵게 됐다.

계열사들의 주식시세표상 표기도 "엘지00"가 돼야 한다.

증권감독원측이 "주식시세표의 상호는 상법상 등기된 명칭을 써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는 것. 그룹측은 정부의 이같은 "지침"에
대해 여간 불만이 많은 게 아니다.

상법등 관련법 어디에도 "상호는 반드시 한글이나 한자로만 표기돼야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는 데도 정부가 "관례"를 들어 딴지를 걸고있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정부가 외치고있는 "세계화"와도 어긋나는 모순아니냐는 생각이다.

LG그룹측은 "사명개정작업을 앞두고 관련 법령집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어디에도 표기원칙에 관한 규정은 없었다"며 "그러나 이같은 문제를
공식 제기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생각이어서 일단 상법상
표기는 한글로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LG측은 그러나 홍보팸플릿이나 신문광고등에는 현행대로 "LG00"라는
표기를 고수키로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호표기에 대해 명문화된 법적 규정은
없지만 외국회사와의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기업의 이름은
한글로 표기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IBM등 외국계기업도 국내등록명칭은
"아이비엠"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일본등의 경우도 회사명은 자국문자로 표기하는
것을 윈칙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도 "상호표기까지 자국문자를
쓰도록 강요하는 것은 세계화시대에 문제가 있는 것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