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업체의 발목을 묶어놓고 언제까지 "세계화"를 외칠 것인가.

국내 기업들은 해외투자 신청서접수에서 투자허가까지 6개월 이상 걸리고
일부 수출상품의 관세청분류 방식이 혼란스러운 것을 알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또 업계는 수없이 개선을 요구한 해외건설과 관련된 상충된 국내 제도가
바뀌지 않고 소량견본품의 통관에 1주일 이상 걸리자 그동안 귀가 따갑도록
들은 정부의 "규제완화"조치에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대부분의 행정규제완화조치들이 윗선에서는 그럴듯하게
발표되고 있으나 민간기업들이 실제 접하는 창구에서는 허점투성이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 산하의 기업세계화 지원센터는 11일 우리 기업들이
국내외 무역및 투자활동과정에서 겪는 1백77건의 애로사항을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애로사항을 제기한 기업 또는 민간단체중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는
해외투자신청서 접수에서 투자허가가 날때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바람에
적기해외진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석유협회는 금유기관들이 수출금융업무를 취급할때 국내 법인과 현지
투자법인간의 거래를 수출로 인정하지 않아 자금유통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삼부산업은 관세청의 매직테이프 수출상품분류코드가 미국과 달라
대미수출통관을 위해서 은행의 수출승인을 받아야할뿐만 아니라 해당
조합추천의 네고용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등 번거로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대림엔지니어링도 현재의 해외건설도급허가만으로는 수출입은행과의
거래가 불가능, 부득이 해외건설도급허가를 취소 또는 철회하고 통상산업부
의 "산업설비수출 수주계획신고서"로 대체하는 등의 해외건설과 관련된
상충된 국내 제도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덕성식품은 박스당 8.9kg인 김치의 견본품을 통관하는데 1주일이상 걸려
맛이 변하고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고 금산인삼조합은
인삼의 해외홍보가 부족, 국내에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유럽등지에서
중국산 인삼보다 인지도가 낮다고 밝혔다.

이밖에 삼화물산은 해조류의 수출검사기준이 일정하지 않다고 말했고
한국수산물수출조합 축협중앙회 두성물산 중앙화훼종묘등도 항공운송방식및
저장시설미비 고율관세 원양어선 제3국국적취득제한의 불합리점을 지적했다.

이와는 별도로 재계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부딪치는 각종 무역장벽을
개선할 정책을 수립하고 통상협상에 이를 반영해줄 것을 촉구했다.

무공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출입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이 정책당국에
제대로 전달되고 합리적으로 개선될때 대외무역및 투자활동이 활발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 김영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