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서울중앙병원과 삼성의료원은 작년말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유현숙간호부장(44)과 이정희간호부장(53)을 각각 이사대우로 승진시켰다.

삼성이 12월초 이정희부장을 이사대우로 승진시키자 현대가 이에 뒤질세라
12월31일 유현숙부장의 직급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간호사도 임원이 될수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써비스향상을 유도한다는 포석
이나 여기에는 또다른 의미가 내포돼 있다.

유현숙부장은 이정희부장의 서울대 간호학과 8년후배.

삼성에 선수를 빼앗긴 현대가 8년후배인 유부장을 삼성의 이부장과 같은
직급에 올려놓음으로써 병원종사자들의 처우에서도 우리가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려한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중앙병원과 삼성의료원의 경쟁은 이것뿐 아니다.

삼성의료원의 개원은 지난해 10월.

1천1백병상규모로 국내 3위권의 대규모이다.

1천50병상만을 확보하고 있던 서울중앙병원은 신축중이던 동관에 밤샘공사
를 해서 완공시기를 3개월이나 앞당겨 삼성의료원과 동시에 오픈해 버렸다.

병상수는 삼성의료원의 2배인 2천2백개.

규모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후발주자인 삼성은 첨단의료장비로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의학영상저장전달시스템(PACS) 임상병리검사 전자동화등은 국내는 물론
동양권에서도 처음으로 들여놓은 장비이다.

현대도 이에 뒤질세라 첨단의료기기를 들여놓기 위해 외국업체와 폭넓은
상담을 벌이고 있다.

서비스 경쟁은 더욱 볼만하다.

삼성의료원이 "보호자없는 병원"을 선언, 간병을 간호사들이 모두 처리
하도록 하자 중앙병원도 신축한 동관을 기존 서관에 비해 고급화하면서
전문간호사를 동원한 "전인 간호"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삼성의료원은 권위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의사및 간호사에게
친절교육을 시키는 한편 흰가운을 걸치지 않고 와이셔츠차림으로 환자를
진찰하는등 "밀착진료"를 펼치고 있다.

두병원 모두 지하에 편의점 식당가 서점등 "병원생활권"을 만들어 놓은
것도 경쟁의 한사례이다.

이들 병원 영안실 시설에 놀란 문상객들이 예약을 해놓고 돌아갈 정도라는
얘기가 전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두병원 모두의 목표는 "21세기 최고의 병원"이다.

선발주자인 현대는 이미 아산사회복지재단내 서울중앙병원외에도 정읍
보성 인제 보령 영덕 울산 홍천등 9곳에 90-4백50병상의 종합병원을 확보
하고 있다.

강릉에는 96년6월 개원 목표로 5백병상규모의 영동지방 첫 종합병원을
짓고 있다.

서울중앙병원에는 올해 심혈관 뇌신경 신장 소화기병 건강증진센터등
5부문의 전문센터를 열 계획이다.

9개 지방종합병원에는 극빈자를 위한 무료진료센터를 설립, 전국순회
상설무료진료를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의료원도 올초 고려병원의 운영권을 인수했다.

이에따라 서울고려병원과 마산고려병원을 확보해 대대적인 증축및 시설
개수작업을 펼칠 계획이며 목포에는 3백병상의 병원을 신축키로 했다.

또 부산 대구 광주 대전등지에 종합병원을 지어 전국네트워크를 갖출
예정이다.

현대를 의식하고 있는만큼 시기는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이들의 의료인력확보전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등의 병원장들은 고급
인력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울산의대를 갖고 있는 현대와 달리 의대를 확보하지 못한 삼성은 교수직
전제없이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데다 장기적인 인력수급을 위해 98년
신입생선발을 목표로 수도권외곽에 의대 설립을 추진중이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중공업 석유화학등의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는 두그룹의
경쟁은 올해도 매출목표를 똑같이 60조원으로 잡아놓고 있을 정도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물론 의료사업은 수익사업이 아니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복지사업이다.

그러나 이분야에서의 경쟁은 그룹이미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수 있다.

농구대잔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전자-삼성전자의 자존심 전쟁이 의료
분야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