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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첫 재무부장관에서 경제기획원장관으로, 그리고 ''12.3정부조직
개편''으로 두 부처가 통폐합된 재정경제원 초대장관으로 임명돼 명실공히
경제총수가 된 홍재형부총리.

그는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라는 영국 여류시인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싯귀
를 즐겨 말한다.

바람은 보지 못해도 흔들리는 나뭇잎에서 변화방향을 짚어내고 있는지
모른다.

유화선 본사 경제부장이 홍부총리를 만나 새해 한국경제의 전망과 구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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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재경원장관 취임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홍부총리의 얼굴을 보면
94년에 이어 새해에도 경제가 술술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 홍부총리 =새해 본격적인 활황세를 보일 것입니다.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얘기죠. 무엇보다도 세계경제가 좋지 않습니까.

-경제가 좋아도 부총리가 할 일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우선 새해부터
출범하는 WTO(세계무역기구)에 대비해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겠고요.

<> 홍부총리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쟁력 향상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경쟁력향상은 노사화합 내지 임금안정에서 찾아야 할텐데 새해는 그 문제가
간단치 않을 것 같아요.

임금만 봐도 94년의 경우 15%정도 올랐지 않았습니까. 3~4%밖에 안되는
선진국의 3배수준이지요.

더구나 우리경제는 산업별로도 편차가 심하거든요. 제조업분야는 그래도
생산성을 높여 임금상승분을 흡수할 수 있으나 농수산부문과 서비스분야를
들여다 보면 정말 어렵습니다.

-뭔가 구체적인 대책을 구상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 홍부총리 =이 문제는 특별한 대책이 있을 수 없어요. 제조업분야에서
도와줘야죠. 가령 생산성 향상분의 3분의1만 자체에서 흡수하고 나머지
3분의2는 서비스와 농수산분야에 반씩 나눠준다는 자세가 중요하겠지요.

농수산과 서비스부문도 어차피 제조업을 지원하는 부문인 이상 공존공영
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국가경제 전체가 "선진"으로 가는 길일 것이고요.

-경기가 장기간 좋다보면 여러군데서 보틀네크(bottle neck)현상이 일어날
텐데요.

<> 홍부총리 =그럴 가능성이 높지요. 실업률이 사상 최저인 2%수준으로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까.

새해 경제운영의 가장 큰 과제는 임금과 물가를 어떻게 안정시키느냐가
될수밖에 없지요.

-과거의 예를 보면 지자체장 선거에 수백만명이 동원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현장에서 인력이 빠져 나가면서 일하는 분위기까지 흐트러 놓을 수
있을 텐데요.

<> 홍부총리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습니다. 지자체장 선거는 새로운
선거법에 의해 실시되는 만큼 선거자금도 덜 쓰고 운동원도 자원봉사자로
채워질 것입니다.

과다한 인력이 동원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문제보다는 인력 풀(pool)
자체가 빈약하다는게 걱정입니다.

경제개발단계에서 농촌인력이 도시로 흘러들어가 공업인력화 했었는데
이젠 그런 여지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한가지 방법이 있다면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민관협조
체제가 정말 필요하겠지요.

-WTO체제는 개방경제를 뜻하는데요. 개방경제 아래선 노동집약적 영세중소
기업의 도산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산업인력이
모자라도 비숙련노동자들의 실업은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 홍부총리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노동부에 인력교육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 놓고 있지요.

산업인력의 재교육은 그러나 기업쪽의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대기업에선
특히 중소협력업체 종업원교육까지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인력의 미스매치(miss-match)현상은 되도록 막아야지요.

-정부가 말하는 세계화란 따지고 보면 "경제의 세계화"인데 아직도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금융부문의 규제완화는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홍부총리 =규제 규제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부문을 가리키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은행도 기업인만큼 스스로 수익성을 올리고 발전하겠다면 어찌 규제를
생각할수 있겠습니까.

어쨌든 새해는 지난 2년동안 검토되지 않았던 것중 10여개의 집중과제를
선정해 개선토록 할 방침입니다.

-세계화에 이어 지방화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새해 지자제가 본격 시행된다
해도 문제는 지방정부의 재정자립 아니겠습니까. 재정자립을 못하면 중앙
정부의 영향력이 계속될 테고 그러면 이름뿐인 지자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만.

<> 홍부총리 =지방정부 스스로 새로운 세원을 개발하는 방안이나 기존의
지방세중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자체가 땅을 싸게 공급하거나 공장설립절차를 간소화해 첨단외국기업
을 유치하는등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지자체가 기업마인드로 무장된다면 재정자립을 해 나갈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올해 경제에 또다른 애로요인이 있다면 통화관리 아니겠습니까. 총통화
(M2)증가율을 12~16%내에서 억제하겠다는게 정부의 의지인 모양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습니까.

<> 홍부총리 =경제 각부문의 가동률이 높고 인력공급도 한계에 달해
통화관리가 꽤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통화증가율을 낮추면 당장은 중소기업문제등 아픔도 있겠고요. 그러나
경제의 지속성장은 안정기조에서만 가능합니다.

경제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은 개방경제 자율경제시대 아닙니까. 통화량을
낮추면 금리가 오르고 금리상승은 외자유입을 촉발할게 분명하고, 외자유입
은 다시 통화량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수도..

<> 홍부총리 =그러나 통화의 양관리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96년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실명제일정을 보면 96년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하게 돼 있지요. 때문에 새해는 돈이 증권이나 부동산으로 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같습니다.

<> 홍부총리 =그런 지적이 있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도
항상 대비하고 있습니다.

거품경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을 계획입니다.

-새해엔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도 그 어느해보다 꽤 크지 않겠습니까.

<> 홍부총리 =지난11월 남북경협활성화조치를 발표한 만큼 실제 활성화가
되고 안되는 것은 전적으로 북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순수히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면 남북경협이 당장 우리에게 득될 건 많지
않습니다.

이해득실을 잘 따지기로 유명한 일본기업들이 왜 대북투자에 신중
하겠습니까.

북한 스스로가 자본주의하는게 낫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남북경협은 본격화
될 것입니다.

-"12.3정부조직개편"의 근본목적은 작은 정부를 만들려는 것 아닙니까.

<> 홍부총리 =작은 정부이면서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고 있지요.

-하지만 재경원은 공룡이라는 비유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러니라고 생각
됩니다만.

<> 홍부총리 =군살이 있으면 잘라내 슬림화해야겠지만 지금은 생살까지
도려낸 상황입니다.

그동안 기획원과 재무부로 나뉘어져 있던 재정 통화 환율 금리등 모든
정책수단을 한 부처에서 관장하게 된 만큼 앞으로의 정책은 순발력있게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다른 곳으로 나가는 젊고 유능한 관료들의 아픔은
정말 컸겠다는 느낌입니다.

<> 홍부총리 =오랫동안 젊음을 바쳐온 공직을 떠나게 되면 섭섭도 하고
좌절감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공직은 청지기처럼 일정기간 맡아서 하는 일입니다. 밖에 나가서
경험하는게 오히려 플러스가 될 때도 많습니다.

한 곳에 있으면 상승커브에 한계가 있으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으면 한계를 더 넓힐 수 있지요.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자신의 능력을 "완전
연소"시킬 정도로 노력해 주길 바랍니다.

-세계화시대의 공무원상은 어떠해야 한다고 봅니까.

<> 홍부총리 =대내지향적 발상위에 대외시각을 동시에 갖춰 세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들면 인도에서의 소프트웨어산업이 어떻게 발전하고, 말레이시아의
전자공업은 어느 수준이며, 동유럽이나 중국이 가는 방향은 어디고, 선진국
은 어떻게 바뀌는지.. 우리 공무원은 "내가 최고"라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고방식을 국내에 국한시켜선 안됩니다.

-한국은행독립과 관련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부총리께선 금융
통화운영위원회 의장직을 계속 맡을 생각입니까.

<> 홍부총리 =금통위의장을 누가 맡느냐는 것은 초점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금융감독기관의 통합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 홍부총리 =통합문제를 직접 거론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겠느냐는 방안이 먼저 검토돼야 겠지요.

-개혁은 장기판 졸처럼 옆으로 갈 수는 있어도 뒤로는 갈 수 없다는 말씀을
하신 걸로 기억합니다.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씀일 텐데
최근의 정부조직개편 같은 것은 졸이 아니라 포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합니다.

<> 홍부총리 =템포는 느리다 해도 졸은 뒤로는 갈 수 없습니다. 기업이
감량경영을 하는 것처럼 정부도 감량행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자는게 정부
조직개편이었지요.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리신만큼 소기의 열매를 맺도록 하겠습니다.

-변화를 강조하면서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라는 싯귀를 자주 인용
하신다면서요. 기업들은 지금 나뭇잎이 어느 쪽으로 얼마나 흔들리는지
궁금해 합니다.

<> 홍부총리 =세계화 쪽으로 크게 흔들리는 것 아닙니까(웃음).

-새 경제팀이 출범한 뒤 산업정책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바람부는 방향에 "혼선"이 인다는 지적이지요.

<> 홍부총리 =그건 오해입니다. 경제부처장관이 바뀌긴 했으나 김영삼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책의 일관성은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시장진입문제도 원칙적으로
자유화한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 정리=홍찬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