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한국경제신문사 회장>

우리는 진정 대변혁기에 처해 있다.

정권적 차원이나 세기적 차원이 아닌 문명사적 지구인류적 변혁이
진행되고 있다.

역사구분으로서의 고대 중세 근대에서 근대역사시대가 끝나고 탈근대
초근대 근대후기라고 불리는 새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우리의 당면한 민족공동체 국가공동체 사회공동체의 최대과제는 1.
바깥세계의 문명사적 변화를 어떻게 판단하고 2.우리의 목표를 어디에
두며 3.어떤 비전을 세워 4신념있는 새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에 있다.

앞으로의 변화는 세계화 국제화와 함께 지역화 지방화가,세계적
정보화시스템과 함께 개성화 차별화가,지식화와 함께 로봇화 자동화가
동시에 밀도있게 진행될 것이다.

컴퓨터 통신 미디어기술의 발전과 혁신이 제공하는 지식화 정보화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기술은 우리 새 공동체의 주역들이 관리하기에
따라서는 탈근대의 새문명,새문화,새역사 시대를 평화와 복지와 건강과
효율과 조화의 공동체로 만드는데 중요한 수단이요,협력자로 활용될수
있다.

50년냉전의 종언은 미국과 러시아의 후퇴를 의미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과 중국이라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즉 전통적
고전적 한국 침략세력이었던 일본과 중국의 재등장을 보게된다.

일본의 세계대국화와 대아시아 대중화경제권의 목표를 추진하는
12억 중국의 개혁 개방앞에 한국이 탈냉전의 새시대에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힘있는 선진국"이 되는 길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국이 선진국이 돼야 한다는 것은 선진국이 되면 더욱 좋고 안돼도
괜찮은 그런 목표가 아니다.

반드시 돼야만 하는 목표이다.

우리공동체의 최소한의 안전 독립 정체성유지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선진국이 돼야하는 것이다.

우리가 상대하는 나라들의 규모 인구 자원 공간(땅 넓이)들이 크다고
해서 우리도 양과 크기만을 갖고 선진국이 될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의 인구 공간 자원 환경의 주어진 조건들과 경제산업,문화,
기술축적수준으로 볼때 우리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서 보는것 처럼
모든 부문에서 동시에 선진국화할수 있는 그런 규모,그런공간,그런자원,
그런 역사를 지향할 수 없다.

우리의 선진화는 양이 아니라 질이요,규모가 아니라 격으로 성취해야
한다.

그것은 선진국을 지향하되 미국 일본형이 아니라 스위스 스웨덴형이라야
한다.

양은 적되 그 질의 우수함때문에 우리에게 특화된 부문은 선진국조차도
우리에게 무릎을 꿇을수 있는 결정적 선도부문을 갖추어야 한다.

스위스의 전기기계 엔진 정밀화학 초콜릿과 커피가 그런 것이다.

스웨덴의 광산기계 볼베어링 운반기계 환경장치등은 미국 일본 조차
이들에 의존하는 것이다.

우리도 전세계를 상대로 특화가능한 잠재부문 문화 산업 기술 정보부문
에서 몇가지 결정적 중요 요소는 오늘의 선진국보다도 압도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 일본 중국의 동북아는 인구 자원 에너지 환경 도시화 교통 마약
핵(상업용 에너지로서나 군사 무기로서나) 전쟁 빈곤 난민들이 연쇄적
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세계인류의 공통된 문제군의 핵심지역이다.

이들 문제에 대한 우리의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이땅의 물과 공기와 흙과 생활공간에서 안정과 평화와 건강을 물려줄수
없다.

통일문제도 세계화와 평화창조라는 우리의 새 보편적 목표위에서
달성해야하는 비전과 신념을 필요로한다.

통일은 북한과 같이 공작적으로 접근하거나 자유와 민주와 복지와
다양성의 포용마저 버리고 오로지 통일자체에 목표를 두는 원시적
말초적 감정적 접근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영삼대통령은 "제2의 건국"을 제창했다.

새시대를 열기 위하여 우리민족 국가는 제2의건국 제2의독립운동을
하는 마음 가짐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땅에 평화와 건강을 남기고 역사이래,특히 근대화이후
곡절많은 불행을 넘어 지구촌화되어가는 세계의 보편성을 남보다
충실히 소화하고 그 중심에 서서 자존하고 자생력있는 사회공동체
민족국가공동체를 세우려면 진정 제2의건국 제2의독립에 걸맞는
"개혁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우선 4대강국에 대해 협상력을 갖추고 동북아지역에서 균형자로 등장
하려면 한국의 모든 시민 국민 공동체구성원들은 가급적 전인격적이고
전능력적이기를 요구한다.

제2건국,제2독립운동을 위한 개혁의 첫과제는 능력,즉 경쟁력 특히
4대강국과 겨룰수 있는 일등의 능력.일류의 능력배양이다.

한국인 모두의 일등엘리트화가 요구된다.

다음으로 질과 격의 선진국이 되기 위한 개혁이어야 한다.

겉과 속,과거를 낭비하지않는 미래,민족주의와 인류공동체 과제,기능의
우수와 함께 품위의 우수,능력과 함께 인격이 두루 갖춰져야만 질과 격의
선진국이 될수 있다.

한국의 개혁은 정치와 안보의 비용이 싸면서 효율적이어야하고,책임있고
도덕적이며 절약하는 시민과 공동체를 형성하고 소수정예로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를 향하는 원초적 가치를 발신할수있는 신념과
철학을 갖추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

지도자 공직자들에게 특별히 요청되는 덕목이요,지향이고,기준이다.

마지막으로 평화와 지구촌화의 중심 주동자가 되도록 개혁해야 한다.

우리사회공동체가 유난히 평화지향적이어야 하며 안의 특수성과 밖의
보편성간의 융화 조화 일체화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개혁은 바로 세계사적 차원에서 안과 밖의 융화 조화라는
과제를 안고있다.

단순히 서양의 시대가 끝났으니 동양의 시대가 온다는 운명론에
기울어서는 안되며,서양의 어느 가치,어느 제도를 접목하고 동양의
어느 가치,어느 체계에서 새 세계 보편질서 평화질서를 창조할수 있는
것인지 그 해답을 구하고 세계를 향하여 새 가치체계를 발신할수 있는
개혁을 해야 한다.

이같은 국가의 개혁 목표에 맞추어 관료제와 관료자질도 크게 개선돼야
한다.

1.한국관료의 능력은 4대강국 관료보다는 우수해야 한다.

한국관료들은 자기의 상대되는 4대강국 관료들의 기능 동향 신분에
대한 정보에 더욱 민감해야 한다.

2.관료나 우리나라 공직자들은 한가지는 최소한 특출해야 하고 더욱
전문적이면서 더욱 다차원의 능력을 갖추어야 하겠다.

3.관료는 세계화 평화의 중심으로 향하는 국가목표에 맞추어 한국의
공무원이면서 국제기구 세계공동체의 공무원이 될수 있는 자질(언어,
외국인다루기,국제정세 이해)을 계발해야 한다.

4.민주화 개방화에 맞추어 행정의 투명성 공개성이 높아져야 할것이다.

5.세계역사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지님으로써
고전적 원시적인 할거주의 배타주의를 청산하고 훌륭한 조정자역할을
해야한다.

표준 규범의 제정,관리자는 집행자,사용자보다 훨씬 우수하고 존경
받을수 있어야 한다.

6.질과 격이 높은 나라의 관료제가 그러하듯 정부는 작고 부처기능은
가급적 통합해서 부처수를 줄이고 관료수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교육부 문화체육부 과학기술처가 따로 있지만 우리
보다 인구가 많은 영국의 경우 이 기능을 모두 한부처에서 담당한다.

7.정보기술과 정보문화확산을 통하여 관료행정 기능의 능률화,인원
축소,투명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현재의 정보화 멀티미디어화의 전개는 종단적 횡단적 행정단위를 크게
줄이고(특히 내무 지방행정의 지역단위)인원을 축소시키면서 투명성
공개성을 동시에 실현시킬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