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섭 <서울대교수/재무관리>

우리나라 경영학교육에 대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교육내용이 우리 현실과 동떨어지기 때문에
취직을 하고보니 쓸모가 없다고 한다.

또 채용한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교육기간을 기업에 따라서 6개월까지
늘리고 있으며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쳤느냐고 불평이다.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가르치는 경영학교육이 소비자
만족을 못시키고 있는 셈이다.

사회과학의 한 분야인 경영학은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서 고민하면서
끊임없이 변모해왔다.

6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영학교육은 일본식 상학교육방식에,
미국의 경영학 과정을 여과없이 수용하면서 미국유학경험을 가진 교수
중심으로 계속 발전해왔다.

일부 미국교수들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영학의 학문적 수준이나 교육수준
이 일본보다 높다고 평가를 하고있어 자긍심을 갖게도 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들 국가간의 국제경쟁력비교는 새삼스럽게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한다면 교육내용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경영학교육은 각 대학별 특성이 없이 주요대학의 교과과정을
모든 대학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20년전의 미국 경영학 교육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교수들은 이에
안주해왔다.

그런데 미국 경영학 교육과정이 대대적으로 개편되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을 비롯 주요대학의 경영학
석사,학사 교과과정이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교과과정의 개편방향으로서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국제와,
개인및 조직간의 협동 역량강화를 우선 내세우고 있다. 또 교과이수기간
을 단축하는 한편 현장실습을 추가하고 있다.

이러한 새 교과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교수들은 내가 가르치던 과목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불안을 느낄 것이다.

아예 사라진 과목도 있지만 같은 과목이라도 이름이 바뀌었으며 구체적
내용이 대폭 개편되고 있다.

과목에 따라서는 이수기간이 14주에서 7주로 단축되었고 필수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바뀐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A대학 경영학 석사과정의 경우 총54학점을 부과하는데 과거
에는 과목당 3학점으로 18과목을 수강했으면 되었으나 과목당 1.5학점이
생겨 과목수가 증가하고 있다.

교과과정 구성도 경영학의 필수기본지식을 가르친 뒤에 세계 경제.경영
환경의 변화등을 습득시키고 있다.

아울러 팀웍과 리더십을 증진시키며 사회적책임,전문인으로서의 경영윤리
등을 이론과 사례연구 현장실습을 통해서 가르친다.

특이한 것은 매학기별로 있는 1주일 단위 실습과목이다. 이것은 리더쉽
이나 보고서 작성법,정부나 금융기관 견학등이 활용되어 현장경험을 쌓게
해준다.

과거에 비해 필수과목이 감소되는 대신 선택과목이 늘어나서 학생들의
관심에 따라 전공지식을 깊이있게 할수 있다.

또한 한 과목을 학기동안 여러교수가 번갈아 강의하는 팀교육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졸업논문보다는 현장상황에 맞는 프로젝트에 의해 문제해결능력을
높이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의 경영학 교육에서 먼저 나타났다.

유럽이 통합됨에 따라 경영학 교육도 통합 프로그램으로 운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며 국제경영자과정은 영어로 강의되고 있다.

자격시험은 모국어외에 2개 외국어시험을 치르게 하고 한학기를 원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그 회사의 경영문제를 프로젝트로 받아 풀게하고
이것이 졸업 논문으로 대체된다.

해당 국가의 교수와 기업측이 지원하여 한명 또는 수명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하게된다. 결과가 좋으면 그 회사에 그대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국제경영교육을 하는 대학은 유럽내 14개국에 걸쳐서 대학과
기업끼리 연계되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이들은 일본 동남아 각국과도 연계되어 과정을 설치하고 있어서
국제경험을 상호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에 비해 우리나라 경영학교육은 교수 자신들이 석.박사
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그대로 전수하기에 바빴다.

자신으로서는 최신의 기법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 구식이 되고 유행에
뒤떨어지는 기법 중심의 강의가 지속되어왔다.

더구나 이들 기법은 미국현장에서 개발되어 이론화되었기 때문에 우리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 문화적 차이때문에
무의미한 경우도 적지않았다.

더구나 미국중심의 경영학교육은 세계화에 문제가 있었고 이들도 해결
하지 못한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숙제로 남아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수들 자신이 산학협동을 통해 우리현실을
먼저 이해하고 적합한 이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많은 경영학 교수들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한국적 경영학 이론이 정립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교수뿐만 아니라 기업 정부등의 절대적인 협력이 요구
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등의 경영학
교육의 변화방향을 분석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경영학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될 것이다.

내년에는 전국 대학의 경영학과 평가가 있을 예정이다. 이러한 평가
결과가 경영학 교육개혁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