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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들어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옛소련을 축으로했던 공산권의 몰락과 함께 양극체제가 무너지면서
미국의 유일 강국시대가 지속되고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3강시대 도래가 예견되는가 하면
중국의 급부상도 전망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세력의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한반도
남쪽에는 문민정부, 북쪽에는 김정일체제가 들어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5년여밖에 남지않은 21세기 세계질서를 전망하고
우리의 대처방안을 살펴보기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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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기대반 우려반으로 21세기를 맞고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국제정세에 대처키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준비가 요구됩니다.

21세기 국제질서 세력구도를 미리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하지요.

<> 박두복실장 =21세기 국가간 세력판도는 정치.안보 보다는 경제.
기술력에 의해 짜여질 것입니다.

이는 곧 미국과 소련의 세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일본과 유럽의
힘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극화 현상이 심화된다는 얘기지요.

<> 조순승의원 =그러나 미국의 힘이 단시간내 쇠퇴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이 갖고있던 기본 요소는 변하지 않고
있거든요.

다만 미국은 서서히 힘이 안으로 줄어들면서 세계에 대한 영향력도
후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유럽세의 강성도 예상되지만 중국세력이 얼마나 커질 것이냐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 김학준이사장 =흔히들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고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민족분규 환경오염 인구등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있어 21세기
국제질서는 결코 낙관할수 만은 없습니다. 유고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아시아 지역은 군비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어서 더 큰 우려를 자아내게
합니다.

<> 사회 =한반도를 둘러싼 극동지역은 21세기 국제정세 형성의 축소판
이라 할수 있을 것입니다. 주변4강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 박실장 =한반도는 동북아 세력형성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것입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볼때 중.일간 세력경쟁의 각축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중요성도 만만치 않습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극동지역 개발이 급진전되면서 한반도는 동북아
경제의 중심축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개발에 서방의 자본 기술및 중국의 노동력을 요구할
것입니다. 중국 일본도 자원고갈을 우려, 시베리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엔이 주도하고있는 두만강유역개발에 대한 이지역 국가들의 관심은
이를 반영합니다. 이같은 구상의 핵심에 한반도가 있습니다.

한반도가 중추적이고 중앙적인 역할을 하지요. 당연히 주변4강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자할 것입니다.

<> 조의원 =전체적으로 볼때 미국은 앞으로 10여년간은 이지역에서
지금과 비슷한 세력을 유지할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21세기 중반에 가면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는
중국과 일본일 것입니다.

<> 박실장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불통불난"으로 설명할수있습니다.
통일도 원치않고 북한의 붕괴에 따른 한반도 혼란도 원치 않는다는
말이지요.

북한의 사회주의체제 유지를 전제로한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중국의
한반도 정책입니다.

<> 김이사장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태평양 진출을 모색하고있으나
항구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그들은 북한이 열려야 자국 상품 수출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우리와의 협력을 늘리는 한편 북한이
개방정책을 추진토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박실장 =러시아는 국내 정치.경제 문제로 적어도 20~30년동안은
국내문제 우선주의로 흐르게 될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한반도에
대한 기득권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러시아는 국내정치 우선원칙과 한반도에 대한 기득권 수호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도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강하게 원할 것입니다. 한반도 통일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수 없기
때문이지요.

<> 김이사장 =중국과 일본은 21세기의 이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습니다.

우리는 일본경제권과 가까워야 하느냐 아니면 중국경제권과 더 가까워져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할는지도 모릅니다.

<> 조의원 =러시아와 미국은 오히려 한국의 통일을 원한다고 봅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점점더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게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특히 미국은 통일한국이 동북아에서 중국 일본 러시아의 세력팽창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성장해주길 바랄 것입니다.

< 계 속...>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