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0돌 ]]]

오는 12일은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30돌을 맞는 날이다.

한 세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세대를 열어갈 순간에 당도한 것이다.

우리는 이순간 지난날을 새삼 반추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는다.

이미 수없이 해왔고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21세기의 좌표,다가올 새로운 한 세대의 설계에도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

앞으로 6년남짓후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다.

선.후진국과 빈.부국을 가릴것없이 전 세계는 지금 21세기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국제화 세계화 무국경화란 시대의 유행어는 기본적으로 국가간 기업간의
경쟁격화를 예고하는 내용이다.

경쟁에서 이겨야만 21세기에 살아남을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틈없고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의 21세기 준비는 고려해야할 중요한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이후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그건 벅찬 과제이다.

온 국민이 슬기와 힘을 모아 조용하지만 결연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될
과제이다.

통일은 아마도 어느날 갑자기 올 것이다.

빠르면 금세기안에,늦어도 다음 세기 초에는 올 것이라는 예상이 국외에서
까지 유력하다.

또 그것은 남에 의한 "흡수통일"이 될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이외의 통일은 있을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통일은 우리에게 다른 무엇보다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울 것이다.

북쪽의 낙후된 산업과 2천2백만 동족의 형편없는 소득과 생활수준을
최대한 빨리 남쪽 수준에 접근시켜야 한다.

관건은 경제에 있다.

경제력을 7천만 통일국가 국민의 후생과 복지에 부족함이 없도록 미리부터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그간 너무나 많은 세월을 허송했다.

이젠 더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지나간 30년의 한국경제발전은 실로 무에서 유를 일구어낸 기념비적
업적이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세계시장을 무대로 삼은 개발전략으로 쌓아올린
금자탑이었다.

상품수출과 더불어 해외건설로 이루어낸 한강의 기적이었으며 마침내
빈곤과의 결별을 전세계에 선언했다.

장래에도 무대는 밖이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환경과 질서속에서이다.

따라서 다른 내용의 전략과 접근이 필요해졌다.

우선 무대가 넓어졌다.

전세계가 한국인 한국상품 한국기업의 무대가 되었다.

이것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기회이다.

반만년 한민족사에 그런 때는 일찍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도전이다.

유행이 지난 상품과 기술, 사고와 마케팅으로는 안된다.

하루빨리 개도국지위와 체질로부터의 완전 졸업을 실현해야 한다.

그러나 무작정 선진국의 모방 추종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세계를 무대로 세계인 세계상품 세계기업을 향하되 우리의 혼과 냄새를
실어야 한다.

국내시장을 개방하고 따라서 국내외에서의 경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이점을 깨닫지 못하는 기업은 국내시장에서 낙오함은 물론 세계시장을
넘볼수 없게될 것이다.

전부가 일류상품, 고부가가치.최첨단 상품일 필요는 없다.

대기업일 필요도 없다.

경쟁에서 이기고 수요자가 믿고 찾는 상품과 서비스를 국내외시장 어디건
자신있게 제공할수 있으면 된다.

자만해서는 안되지만 자기비하는 더 나쁘다.

긍지와 자신감을 갖고 돌진해야 한다.

그래서 또 한번 세계적인 성공사례의 귀감으로 21세기에 우뚝 서야 한다.

지난날 경제개발의 원동력은 사람이었다.

처녀들의 긴 머리카락이 수출가발의 원료가 되었고 이농청년과 여공들의
손끝과 땀이 섬유와 건설수출의 고속도로를 열었다.

통치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관료의 추진력, 미래를 위해 고통을 감내한
근로자들의 끈기와 모험적인 기업인들의 투지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였다.

장래에도 우리가 믿을 것은 사람뿐이다.

우리가 가진 자산의 전부이다.

그거면 된다.

세계상품 세계기업이 모두 사람의 손과 두뇌에 달렸다.

단지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보다 창의적인 두뇌, 앞선 기술, 전문지식과 개방적 사고를 지닌 사람
이어야 한다.

세계무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세계인이 미래의 기업경영자 세일즈맨
경제관료가 돼야 한다.

교육은 그래서 21세기 준비의 핵심과제이다.

쓸모없는 학위와 자격증만을 양산하는 겉치레교육, 개성과 전문성을 결여한
평준화교육은 이제 단호하게 걷어치우는 결단이 필요하다.

한가지라도 제대로 하고 알게하는 교육,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버릇을
몸에 익히게 하는 교육, 한마디로 기본과 기초가 튼튼한 사람을 길러내는
학교교육 사회교육 가정교육이 돼야한다.

소비자가 깨어나는 일도 중요하다.

현명한 소비자가 있어야 모든 분야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해진다.

경쟁속에는 교육도 포함된다.

임금의 다과말고 종업원의 열과 성을 자극할 유인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기업과 근로자가 다시 하나되어 뛰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의 의식이 진정 변하고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국제화를 실현해야 한다.

그래야 21세기가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앞으로 그와같은 21세기를 열어가는 "한국경제의 길잡이"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