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PC(멀티 PC)를 가정에 상육시키기 위한 노력이 미국서 치열
하다.

지난해 세계 5대 PC 메이커로 뛰어오른 AST 본사.

회의실에선 요즘 한창 인기리에 가정으로 팔려 나가고 있는 멀티 PC
"어드밴티지"에 대한 품평회가 열리고 있다.

어드밴티지의 전원을 켰다.

모니터에 AST사의 사피 쿠레세이회장이 나타났다.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자사의 멀티PC를 사주어 고맙다는 인사말이
나왔다.

일반 컴퓨터를 켜면 온통 깜깜하고 "C:>"모양의 커서만 깜박이는 것과는
달리 멀티PC는 처음부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멀티PC에는 컴퓨터 사용법에 대한 비디오 강좌도 들어있다.

고객담당직원이 화면에 등장해 기본적인 키보드 마우스 사용법과 간단한
프로그램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따라해보세요" 코너도 있다.

몇가지 낱말을 보여주고 키보드로 입력하라고 한다.

시키는대로 해봤다.

"잘했다"는 칭찬(?)의 말이 나왔다.

비디오 도움말 기능도 멀티 PC의 한부분이다.

그래픽 카드에 대해 물었다.

담당 기술자가 화면에 나와 그래픽 카드를 보여주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어드밴티지"에는 인카르타라는 백과사전이 CD롬 타이틀 형태로 들어 있다.

백과사전 29권 분량의 이 타이틀에는 7천여장의 사진과 7시간 분량의
사운드, 수백개의 그림 도표등이 함께 들어있다.

멀티 PC를 사면 백과사전 한질을 끼워주는 식이다.

"사람들은 PC를 어렵게 생각한다. 멀티 PC가 TV만큼 쉽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팀 엑클스 상품개발부장(45)의 말이다.

컴퓨터를 모르는 아이들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멀티 PC속에 선생님을
모셔다 놨다.

멀티PC에 있는 교사는 24시간 학생이 필요로 할 때 원하는 내용을 가르쳐
준다.

어드밴티지는 쥬라기공원과 야구게임도 갖고 있다.

필요하다면 놀이공원과 오락실도 제공해 주겠다는 발상이다.

멀티 PC가 가장 쉽게 자리잡을 수 있는 시장이 바로 가정이라는 인식이
미 컴퓨터 업계에는 짙게 깔려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용자 환경 연구소에서는 5살짜리 키튼양을 컴퓨터에
앉혀 놓고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실험실안은 마치 유치원처럼 꾸며져 있다.

이제 막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한 키튼양.

멀티PC에는 "공룡"이라는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다.

키튼양이 컴퓨터를 다루는 모습을 연구원들이 유리창 너머로 지켜본다.

물론 키튼양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른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냥 유치원에서 놀듯이 멀티PC를 다룰 뿐이다.

"마우스를 두번 누르는 것이 힘들어"라고 짜증을 내는 키튼양.

즉시 연구원들은 이를 체크한다.

빅터 다니엘 연구원(32)은 "우리는 사용자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무의식에서나마 실수를 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귀뜸했다.

"사용자의 실수는 개발업체의 잘못"이라는 명제가 멀티미디어 시대에
맞는 개발 철학이라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최근들어 기술적인 잘못을 점검하는 베타테스트보다
사용자 환경 테스트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사용하기 어려운 것은 팔리지도 않는다는 단순 명쾌한 원칙때문이다.

가정에서 PC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85%가 여러가지 목적(multi purpose)으로
PC를 구입한다는 통계가 멀티 PC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가정용 PC가 5백만대 가량 팔려 나갔으며 해마다
20% 이상씩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인텔사는 올해부터 멀티PC를 갖고 가전 제품 전시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