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된지 벌써 1년이 지난 실명제는 그동안 큰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만하면 일단 성공적인 "착근"을 했다고 평가되고는 있다.

그러나 자금의 유통에 관한 분야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현상으로 지적될수 있는것이 나아지리라던 중소기업의 자금난
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과 없어지리라던 사채시장이 여전히 성업중이고
그러면서도 사채얻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한은이 집계한 올 상반기중 전국의 부도기업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24%가 늘어난 4,943개이고 부도금액은 작년동기보다 43.7%나 증가한
4조2,828억원인데 부도낸 업체들의 대부분은 중소기업 또는 영세상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실명제이후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유망중소기업까지
휩쓸어 들어갈 정도로 모든 중소기업에 보편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것이 어음부도율이다.

실명제실시전 0.11~0.12%수준이었던 중소기업 어음부도율은 실명제실시
후엔 0.14~0.17%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협중앙회의 설문조사도
응답업체의 65.1%가 중소기업의 자금난심화를 실명제의 부작용으로
꼽고 있다.

이같은 자금난은 중소기업의 담보력부족,은행의 신용대출기피,사채시장의
이자율상승에다 최근 한은의 지준관리강화가 야기한 금융긴축사채에서 온
것이지만 자금난을 초래한 이런 원인들이 빨리 해소되지 않는다고 할때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계속 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산은의 한 조사결과는 실명제이후 중소기업들이 받는 어음의 결제
기한 장기화가 중소기업의 자금난악화를 부채질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결제기한이 4개월이상되는 어음이 실명제실시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명제로 인한 사채시장의 위축 심한경우 연리 40%까지 이자율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와 사채에서 온 의존도가 컸던 중소기업의 부도, 도산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게다가 한은의 지준관리강화로인한 금융기관들의 대출중단.이자율인상은
금융기관,대기업,사채시장등 주요자금조달원에 영향을 미쳐 중소기업의
돈줄을 더욱 죄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그럴수록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타개하는 필요성은 크다.

신축적인 금융정책과 함께 중소기업이 받는 어음 결제기간의 축소조치,
사채시장을 대신하여 중소기업전담의 대금금고제도와 신용보증제강화에
의한 신용대출의 확대가 실현돼야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