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환시장이 중앙은행들과 딜러들간의 힘겨루기형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일본엔화와 독일마르크화등 대부분의
다른 통화에 대해 또다시 약세를 보이면서 금주거래를 시작했다.

달러화의 폭락세는 지난 주말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일본은행등
17개 선진국중앙은행들이 달러화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공동보조를
취했으나 현재의 달러화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임을 확인함으로써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중앙은행들의 공동보조에도 불구하고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외환상황을
단순히 엔고라고 보기보다는 달러화약세로 보는 것이 제대로 된 판단인
것같다.

달러화가 엔화만이 아니라 독일마르크화, 영국파운드화등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엔화와의 관계만을 두고 보자면 하타내각의 총사퇴로 인한 일본정국
불안과 일본정부부재에 따라 지금까지 진행돼 온 미일포괄경제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경제외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외환전문가들은 이같은 달러화약세가 달러화, 특히 미국경제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98엔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외환딜러들은 달러화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위해서는 달러당
1백2.50엔, 1.6250마르크까지 달러화값이 회복돼야 한다고 전제, 그러나
현재의 달러화낙하속도를 볼 때 중앙은행들의 시장개입은 규모도 작고
소극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결국 달러화의 약세는 미국경기회복의 불확실성으로 촉발된 것으로 풀이
된다.

다시 말해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간의 기본적인 경제상황이 벌어지고 그
결과로 달러화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사실 지난주에 있었던 달러화폭락파장이 그날(21일) 발표된 미국의 대외
수지악화로 촉발됐다는 점은 이같은 판단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속도가 작년 하반기의 5%에서 금년상반기에는 3~3.5%,
하반기에는 다시 2~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도 일본의 1분기
3.9%성장실적, 독일의 올해 2.5%이상의 성장률전망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4월중 미국의 무역수지적자가 84억달러로 3월에 비해 22%나 증가했고
1분기중 무역과 미국인의 대외투자액을 합친 경상수지가 3백19억달러적자로
88년이래 최악을 기록한 것이 미국경기회복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엄청난 무역흑자덕택에 공급과잉상황이다.

일본의 수입업자들은 달러화의 계속적인 상승을 기다리며 달러화매입에
소극적이고 수출업자들은 달러화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미에노 야스시 일본중앙은행총재는 지난 주말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행한
연설에서 "엔화상승에는 일본의 엄청난 무역흑자가 뒷받침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무역흑자개선없이는 외환시장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외환시장에서 달러화약세는 시장금리의 격차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장기금리도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유럽의 금리상승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은 중앙은행들이 보다 강력한 통화방어수단인 금리조정
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달러화가 이날 분데스방크의 비상이사회개최소문에 출렁거렸던 것을 봐도
시장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일본중앙은행은 이날 시중은행간 콜금리상승을 막기 위해 4천억엔어치의
할인어음을 사들였다.

법정지준금이 바닥난 시중은행들이 시중에서 돈을 차입, 콜금리를 올려
놓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일본외환딜러들은 일본중앙은행이 현재 1.75%인 재할인률을 0.25%포인트
정도 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FRB가 장단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률을 올릴
것이냐는데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달러화가 매력을 잃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FRB의 금리인상
만큼 강력한 조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달러가 1백엔선밑으로 떨어지는 하락세가 분명해진 만큼 FRB의 금리인상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상폭도 현재 4.25%인 연방기금금리와 3.5%수준인 재할인율의 두 기준
금리에 대해 0.5%포인트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FRB가 금리인상을 결정하기까지는 7월5,6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
(FOMC)를 기다려야 한다. 클린턴행정부의 반대도 예상된다.

당분간 중앙은행들과 외환딜러들간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이고 달러화
약세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