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중국등 주요지역을 순회하면서 81개 해외무역관장들과 협의를
갖고 느낀 소감은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로 블럭화와 보호주의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외적인 수출여건은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등 3대수출시장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대로 수출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아직도 해외시장에서 한국상품의 입지가 불안정하고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기업들의 현지화및 세계화노력도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등
보완할 점도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먼저 수출여건에서는 최대교역국인 미국의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이후 저금리 저물가 기조하에 설비투자확대 기술주도형 성장및 생산성
확대등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엔고지속으로 한국상품의 경쟁력
이 상대적으로 강화돼 점차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2의 수출시장인 일본지역은 거품경제의 진정과정에서 엔고현상이 지속
되고 있는데다 냉해등까지 겹쳐 아직 경기는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일본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올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지역도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나 올해에는
유럽각국의 경기부양책,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 연구개발비 (R&D)지원확대
등에 힘입어 한국의 수출여건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와 중남미등 개도국지역은 새로운 시장으로 중요성을 더해가고있다.
미국 일본 유럽등 3대시장에 대한 수출비중이 지난87년에는 70%를 넘었으나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50%이하로 떨어진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중국은 홍콩을 포함할경우 한국의 연간수출규모가 1백억달러를 훨씬
넘어 미국 일본등에 이어 3대교역국으로 부상했다.

두차례에 걸친 관세인하조치및 철강 기계 전자제품 건축재료등 14개품목의
수입관리해제등 중국의 시장개방이 가속화되고 있어 대중수출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지역 국가들은 대부분 고인플레와 무리한 경제구조
조정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만 국영기업의 민영화확대
신흥자본가계층의 급성장과 함께 산업설비수요증가 외환자유화등에 힘입어
전기전자 자동차선박 통신장비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은 계속 늘어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수출여건은 호전되고 있지만 국내기업들의 현지화와 국제화는 해외
무역관장들의 눈에는 아직 크게 미흡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우선 한국상품의 입지가 여전히 불안정하다.

미국등 주요시장에서 한국상품은 저임금을 바탕으로한 중국과 아세안국가
등의 추격으로 시장점유율이 현격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도
일본등 선진국이 석권하고 있는 고가및 고급품시장 진입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우리의 경쟁대상국은 더이상 대만이나 홍콩 중국과 같은 나라들일수는
없다.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품의 차별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하이테크제품과 하이터치제품을 개발, 틈새시장진출
을 도모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수있다.

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수출방식에서 벗어나 자가브랜드수출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투자와 현지소비자의 기호에 적합한
고부가가치 상품개발등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국내기업들의 현지화노력도 강화돼야 한다.

생산기지확보를 위해 개도국에 직접투자방식을 통해 진출할 경우 보다
체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최근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직접투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으나 사전에
면밀한 조사가 불충분해 결국 현지의 법규와 관습에 적응치 못하고 실패로
끝나거나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을 초래하고마는 결과를 낳고있다.

투자방식도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직접투자방식에서 한단계 높여
현지기업을 인수 또는 합병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선진국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할 경우는 국내본사에서 통제, 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판매후 서비스, 더 나아가서는
인사와 조직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현지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점과
관련 현지법인의 사장은 물론 대부분의 인력을 현지인으로 충당하고 본사
파견인원을 최소화하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전략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에서도 현지화가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주요 권역별로 시장통합에 따른 현지시장규모와 소비자성향 상관습과 함께
현지유통구조를 면밀히 조사한후 현지특성에 맞는 마케팅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유럽지역에서는 현지마케팅 전문법인설립을 통해 전용물류기지를 갖춘
독자적인 유통망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과 일본등은 중간 도매상조직이 약화되고 있어 통신판매업체나 백화점
과 같은 대규모 소매상들에 대한 직접적인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동구지역에서는 일반적인 신용장 거래비중이 10%안팎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 직영판매장과 보세창고를 설치하여 제품을 홍보하고 제고판매전략을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해볼만하다.

현지무역관장들은 이른바 "벼룩시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폴란드의 경우 벼룩시장 고객의 80%가 러시아의 이른바 "보따리
상인"들로서 구매력이 큰상인들은 한번에 10만달러어치씩 품목을 구매하기도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세계경기는 모처럼 본격적인 회복세를 맞고있다. 이제 경제대국의
보호주의만을 탓할것이 아니라 무역업계와 정부가 함께 각시장별로 특성을
활용할수 있는 지혜를 짜내 한국수출을 다시한번 도약시키는 계기를 마련
해야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