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독일은 과연 제2의 경제 기적을 창출할수 있을까.

독일 경제가 봄기운과 함께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독일 정계와
재계가 가슴 설레는 경기회복 논쟁을 벌이고 있다.

테오 바이겔 같은 극단적 경제관료들은 경제전문가인 칼 쉴러의 말을
인용해가며 독일이 마침내 제2의 경제기적 을 맞고 있다는 다소 성급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헬무트 콜 총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독일경제가 혹독한 겨울을 견디어
내고드디어 서광을 맞고 있다는 흥분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독일의 때아닌 경제기적 논쟁은 지난 26일에 발표된 독일경제연구소들의
연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촉발됐다.

독일을 대표하는 5대 경제연구소들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독일 경제가
상승흐름을 타기 시작했으며 올하반기 부터는 완전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결과 동독및 서독 경제가 올해 각각 7.5%와 1%의 고무적 성장률을 기록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통독 경제가 올해 전체적으로 1.5%의 획기적
성장을 보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치는 독일정부가 내놓은 다분히 희망섞인 목표치였던 1-1.5%
성장률을 확실하게 뒷받침 해주는 것으로 총선을 앞두고 있는 콜정부
로서는 호재중의 호재가 아닐수 없다.

지난해만 해도 독일은 1.9%의 GDP(국내총생산) 감소율을 기록,전후 최악
의 상황을 맞았었다.

독일경제연구소들이 제시한 낙관적 시나리오는 세가지를 근거로 하고
있다.

첫째는 수출호조고 둘째는 기업경쟁력향상, 세째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금융완화정책이다.

수출에 관한 전망은 미국과 동남아시장의 강한 경기 회복세와 마르크화
약세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무엇보다도 독일 마르크화가 유럽통화에 대해
더이상의 강세기조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과 달러화에 대해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수출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독일 마르크화의 달러화및 엔화에 대한 약세기조는 독일의
수출경쟁력 회복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

독일기업들이 추진했던 급속한 합리화정책과 비용절감정책이 마침내 결실
을 맺고 있다는 것도 독일경제를 떠받쳐 주는 강한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줄줄이 적자결산을 발표했던 독일 기업들이 올해는 대부분 흑자
로의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5억8천2백만 마르크의 적자를 냈던
독일IBM은 지난 26일 발표한 기업실적 보고서에서 올해는 흑자가 확실
하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장기간 적자에 시달려 왔던 크룹 회쉬 같은 철강기업도 올해는 수지균형
을 유지할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장 먼저 침체기에
빠져든뒤 가장 먼저 침체기를 빠져 나오는 화학업계도 플러스 국면으로의
전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획스트사 같은 경우 지난 26일 발표한 1.4분기 실적을 통해 이기간중
10%의 매출증가와 16%의 영업이익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기회복기조를 떠받치고있는 세가지 요인중 세째 요인인 금융완화정책은
다소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는 있지만 독일경제연구소들은 분데스방크가
단기금리를 2% 포인트 정도 추가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경기회복 촉발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한결
같이 장미빛 시나리오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베를린 소재 DIW 연구소같은 경우 서독지역
경제가 올해도 침체기조를 보여 제로 성장을 보일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올해 독일 경제는 0. 5%의 미미한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DIW는 이에 대한 근거로 세금인상및 고용감소가 초래한
가처분 소득 감소와 그에 따른 국내 소비 부진을 들고 있다. 올봄 이후의
경기회복세가 앞으로 계속 유지되기 보다는 올여름께 더블딥 이라는
이중침체현상을 보일수도 있다는 것이 DIW의 주장이다.

이같은 비관적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독일 경제전문가들은 독일
경제에 봄이 왔다는데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지 않는다. 제2의 경제기적
운운은총선을 앞둔 콜정부의 정략적 발언일 수도 있지만 독일경제에 꽃이
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