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허." 사이고도 껄껄 웃었다. 그리고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괴짜임에는 틀림없소. 그러나 옹고집을 부리는 촌구석의 괴짜라기보다는
내가 보기에는 재미있는 괴짜 같구려""재미있는 괴짜라니,무슨 뜻입니까?"
오야마가 물었다.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그런 괴짜라는 말이오. 좋게 말하면 멀리 앞을
내다보려고 하는 괴짜라고나 할까요"

"그럼 아주 대단한 괴짜라는 말씀인데요"
"대단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어쨌든 그런 특이한 발상을
한다는 것은 평범한 머리로는 되는 일이 아니오. 그런 괴짜도 더러 있어야
정치도 좀 개혁되고,나라도 개조되어 나갈 수 있는 거 아니겠소"

사이고가 가와이쓰구노스케를 두둔하는 투로 말하자,야마가다 참모의 얼굴
에는 엷은 미소 같은 것이 떠오르고 있었다. 자기의 의견과 비슷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모든 무장들은 못마땅한듯
슬그머니 표정들이 굳어들었다.

맨처음 가와이쓰구노스케의 중립노선에 대하여 말을 꺼냈던 이와쿠라가
볼멘소리로 물었다.

"그럼 사이고 도노는 나가오카번의 중립을 용납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사이고는 얼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
되었고,실내에 약간의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사이고는, "용납하고 안하고 그이전에 나가오카번의 중립이 우리의 원정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되지 않겠소. 어떻소?그번의 중립이
우리의 작전에 유리한가요,불리한가요?" 이렇게 오히려 반문을 했다.

이번에는 이와쿠라가 얼른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었다. 좀 망설이더니
불쑥 내뱉듯이 대답했다.

"불리하지요"
"어째서요?"
"우리 진영에 가담을 안하니까 불리하다고 볼 수밖에요"
"그렇다면 뒤집어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소. 열번동맹인가 뭔가에 가담
안했으니까 우리한테 유리하다고 말이오" 그러자 야마가다가,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게 바로 야마오카번의
중립 문제군요. 허허허." 그거 참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사이고도 싱그레 웃음을 떠올리며, "그러니까 귀에도 코에도 걸지 말고,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면 되는 거요"하고 농담조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