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5세의 니콜라스 하이에크씨는 자동차에 미쳐있다. 자동차광답게
그는 아우디 벤츠 피아트 레인지로버등 유명한 차종을 거의 다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그가 미쳐있는 대상은 "스워치"라고 불리게 될 전혀 새로운
자동차다. 그는 이 새차의 개발에 밤잠을 잊고있다.

가솔린과 전기를 모두쓰고 환경공학이 적용된 이차는 빙판길을 달리고
얼음산이라도 오를수 있도록 특수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특수용도의 자동차는 아니고 보통의 2인용 소형승용차다. 말하자면 만화
동화에나 등장할 만한 꿈의 자동차다.

"시장에 내놓은 첫해에 10만대,5년차에는 1백만대가 팔릴것"이라고
큰소리치는 하이에크씨는 단순한 발명가나 호사가는 아니다.

그는 세계의 시계시장을 움직이는 사람이며 동시에 유럽에서 5위에 랭크
돼있는 세계적 갑부다. 오메가 론진 블랑페인 티소트 라도 해밀턴등 세계의
유명시계를 만드는 대그룹의 주인이 바로 그다.

세계시계시장의 10%를 장악하고있는 사람이며 일본시계의 공략으로부터
익사상태의 스위스 시계산업을 건져올린 자타가 공인하는 시계의 황제다.

그가 소유하고있는 "스위스전자및 시계산업"(SMH)사는 지난 92년 무려
63.9%의 순익증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여기서 다시 10%선의 추가적인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화려한 커리어를 뒤로하고 이제
이 시계의 황제가 자동차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레바논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사이에서 출생한 하이에크가 고향
베이루트를 떠나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이사온 것은 그가 일곱살때였다.
수학을 전공한 그가 3천4백달러를 빌려 1인 경영자문회사를 차린 것은
지난57년.

물론 그의 경영자문회사는 지금도 성업중이어서 다임러벤츠 지멘스
다우케미컬등이 고객명단에 올라있는 정도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와도
자문계약을 맺었다. 그가 시계산업의 대부로 성장한 것도 이 자문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이루어낸 것이다.

83년 어느날 스위스 은행들이 그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당시 스위스시계는
이미 일본에 왕좌를 내어준 뒤였다. 74년 전세계 시계산업의 43%를 장악하고
있던 스위스시계의 셰어는 83년 15%로 주저앉아 있었다.

일본의 저렴한 쿼츠기술이 이미 난공불락의 성을 구축하고 있었고
절반이상의 스위스 시계회사들이 문을 닫았다. 채권은행단은 전통적
시계회사인 SSIH사와 어스웩사를 일본기업에 팔아넘길 생각이었다.

"그때 내가 그랬지. 우리는 스위스를 다시 시계생산 1위국가로 되돌려
놓을수 있다고. TV에까지 나가 호소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라고
하이에크씨는 회고하고 있다.

그는 결국 일단의 투자자들을 이끌고 1억2백만달러를 들여 이 두회사를
매수했다. 여기서부터 하이에크식 대개혁의 막이 올랐다.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패션시계가 탄생했고 과감한 공정축소가 이루어졌다. 날렵한
패션시계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하던 것이었다.

파격적으로 자동화된 일관공정을 채택해 부품수도 절반으로 줄였다.
스위스시계라는 뜻으로 "스워치"로 명명된 이시계는 기본모델이 개당
35달러로 팔리면서 세계시장을 휩쓸기 시작했다. 이로써 10년만에
스위스시계의 점유율은 53%로 다시 치솟아올랐다.

시계의 황제로 등극한 하이에크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지독한 구두쇠에다
일중독증환자 과대망상증등 셀수 없이 많다. 그러나 정작 그는 철저한 자기
확신이 성공의 요체라고 강조한다.

굳이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하면된다,할수있다"는 정신인데 그 스스로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너는 위대하다"라는 자기최면을 몇번씩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특유의 상상력이 가미돼있다.

60년의 경험을 가진 다섯살짜리 꼬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는
중동태생 특유의 낙관적 성격에다 어린애같은 꿈과 상상력을 갖고있다.

아무곳이나 내달리게될 스워치자동차는 물론 이 꿈과 환상의 산물이다.
현재 스워치자동차는 스위스 비엘의 한적한 창고에서 청바지를 입은
수십명의 젊은 엔지니어와 하이에크가 주야로 다듬어 만들고있다.
하이에크는 이 차를 유럽에 대당 9천4백59달러,미국에는 7천달러에 팔
계획이다. 문제는 스워치가 개발한 이 차의 세계시장 마케팅을 맡을
파트너를 찾는 일이다.

당초 폴크스바겐과의 합작이 추진됐으나 "그들은 평범한 것만 추구했기"
때문에 걷어치웠고 현재 GM과의 합작이 성사단계에 있다. "나는 몽상가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하이에크는 벌써 3만5천대의 주문을 받아놓고있다.

<정규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