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준영외무부제2차관보(경제.통상담당)만큼 분주한 93년을 보낸 사람도
흔하지는 않을 것같다. 우리 통상외교의 최첨병으로서 세계를 누볐고 특히
온 국민의 시선이 모아졌던 UR(우루과이라운드)과 관련,제네바와 브뤼셀을
오가며 보름이 넘게 잠을 못자다시피 하면서 협상에 매달렸다.

그렇다고 그의 94년이 한가할 수도 없다. 힘을 앞세우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선진국의 개방화 파고가 나날이 거세어지고 있어 긴장을 풀 짬이
없는 것이다.

-지난해는 우리 통상외교의 현주소가 어디인가를 되짚어볼 수 밖에 없는
어려운 해였다고 본다.

"7년간 끌어온 UR의 타결은 세계경제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농산물과 서비스,지적재산권등이 세계의 무역규범속에
들어갔고 분쟁이 생기면 경찰의 역할까지도 맡을 수 있는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케 돼있다.

우리에게는 농산물개방이라는 아픔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향후
7~8년동안 2천3백억달러의 소득향상효과가 기대되고 있기도하다. 다시
말하면 우리 시장과 함께 다른 나라의 시장도 많이 열렸다. 경쟁에서
이기는 나라만이 살아남을수 있게 됐. 이를 새로운 도약의 좋은 기회로
삼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결집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WTO출범에 따라 우리의 무역환경은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정부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WTO의 출범은 우리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GATT체제에서도
그랬듯이 우리의 위상은 미국과 일본,EC,캐나다에 이어 5번째의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분담금문제등 우리의 부담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겠지만 다자간 기구에서
우리의 발언권강화등 얻을 수 있는 국익도 적지않다. 사무국에 한국인을
많이 진출시키는 것과 함께 우리의 유능한 관리들을 많이 파견,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OECD가입은 상당한 추진력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이제 그린 라운드(GR)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GR은 환경보존및 인체보호와 관련,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앞으로 선진국에
진입할 우리로서는 더 더욱 그렇다. 일부에서는 선진국이 개도국의 개발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GR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고 또한 결과적으로는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수출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일정으로는 UR타결협정을 위한 각료회담전까지 무역과 환경에 대한
작업계획과 기구설치등이 합의될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여건으로 볼 때 GR이 가시화되는 것은 최소한 5년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므로 그안에 차분히 대비해 나가겠다"

-올해 외무부가 펼칠 통상외교의 구체적인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우선 지난 1일부터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이 연초의 주요과제다.

1,2월중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와 일련의 경제협의회를 개최,무역과 투자등
제반분야에서의 협력기반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이번 협의에서는 우리나라
의 3국에 대한 수출및 투자진출에서 차별적인 조치를 받지 않도록 원산지
규정 해석문제등 관련사항을 집중 논의, NAFTA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멕시코와는 우리 기업의 투자진출을 촉진
키위해 이중과세방지협정과 투자보장협정등의 체결문제등을 협의할 계획
이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