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각을 하는 수밖에 없지요"
"누가 그걸 몰라서 묻나요"
이다쿠라는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질문의 요지가 무언지 알 수가 없었다.

요시노부는 좀 가쁜 듯한 숨을 가라앉히고 나서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되는냐 그거요"
"글쎄요.아직 승패가 난 것은 아니니까,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실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저렇게 후시미 쪽 본영이 불타고 있는데도 승패가
나지 않았다는 거요?"
"첫 교전에서 밀렸다고 해서 반드시 끝까지 밀린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설령 선봉부대는 패했다 하더라도 후속부대가 얼마든지 전세를 만회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천만다행이지만,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지 않소.
그러니까 미리미리 대비를 하는게 옳지 않겠느냐 그말이요"

"어떻게 대비를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요시노부는 얼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벌겋게 물들어 있는 번 후시미 쪽
밤하늘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후유-크게 한숨을 한 번 내쉬고나서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저 불타는 밤하늘을 보니 이제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이다쿠라는 힐끗 요시노부의 옆얼굴을 돌아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막막한 심정이었다.

"이다쿠라공"
"예,말씀하십시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묻지 않소"
"예,각하,전세를 역전 시켜야지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한다는 거요? 무슨 묘안이라도 있나요?"
"소생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요?"

"저.각하께서 진두지휘를 하시는 겁니다"
"내가 진두지휘를?"

"예,각하께서 직접 나서서 후속부대를 진두지휘하시면 군사들의 사기가
총천할 것입니다. 싸움에는 무엇보다도 사기가 중요하지요.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전세를 만회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요시노부는 잠시 말이 없더니,슬그머니 화라도 치밀어오르는 듯 불쑥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 감기에 몸살을 앓고 있소. 이다쿠라공은 그걸 모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