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프랑스의 브르타뉴지방에서 어떤 사고로 TV의 송신탑이 넘어져
버렸다. 이 사고로 근방의 주민들은 1년이상이나 TV없는 생활을 할수 밖에
없었다. 1년뒤에 이지방에서 일어난 현상은 생각지도 못했던
기쁜결과였다.

제일 먼저 나타난 현상은 어린이들의 학교성적이 껑충뛰어 올랐다. 우선
숙제를 거르는 일이 줄었다. TV를 멀리 하자 예습과 복습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생겨난"것이다. TV앞에만 도사리고 앉아있던 어린이들이 집밖에서
뛰어놀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만 불어와도 감기가 걸리고 고열에
시달리던 꼬마들이 한 겨울을 지나면서도 감기에 걸리는 일이 크게 줄어
들었다. 감기에 걸리더라도 2,3일의 치료로 거뜬히 감기증세를 털어내고
건강아로 되돌아 온것이다.

TV앞에서 대화를 잊고 살아온 온 가족이 저녁식사뒤에 으레 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화제를 발굴하기 위해 가족모두가 독서에 취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 사실은 일본의 상지대학에서 언어학을 강의하는 그루터스(Grootous)
교수와의 대담에서 들은 이야기이다.그의 이 짧은 실례담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지난번 대학 수학능력시험 결과가 엊그제
수험생들에게 일제히 통보되자 수험생 본인과 가족 친척들이 온통 점수의
높낮이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득점을 획득한 학생들은
벌써부터 진학할 대학헌팅에 나서고 있고 중내지 하위권 학생들은 오는
11월에 있을 제2차 시험에 응시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한다.
수험결과의 1,2점 때문에 인생의 진로를 바꿔야 하는 우리의 대학
입시제도를 생각하면 분노를 느낄수밖에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그래도 또
한차례의 수험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지난날의 한판승부에 비하면
진일보한 느낌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수험생과 그 가족은 제2차 시험일까지만이라도
TV스위치를 끄고 볼일이다. 독서량이 늘어나고 사고의 폭이 깊어가면
수학능력은 치솟게 마련이다.

아파트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뛰놀던 꼬마들이 TV의 만화시간이 되자
뿔뿔이 헤어져 집으로 잽싸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TV가 몰고오는
우리사회의 정신적황폐화 바람이 더욱 차갑게 피부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