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대학가에 선거 열풍이 불고 있다.
내년도 총학생회장 선거가 전국 대학에서 한 달여 동안 일제히
실시하게 됨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는 벌써부터 선거 벽보가 교내 곳곳에
나붙은 가운데 후보자들이 열띤 유세전을 펼쳐 선거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서울 지역 대학 가운데 가장 먼저 8일과 9일 이틀간에 걸쳐 투표를
실시하는 서강대를 시작으로 14일 홍익대,15일 서울대,고대,연대가 뒤를
잇는등 다음달초까지 전국 각 대학에서 총학생회장 선거가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 역시 내년도 학생운동의 향방을 가늠케 해주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 반미.반독재등 거창한 문제 점차 외면현상 ***
올 선거 후보자들은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든 비운동권 출신이든 간에
공통적으로 학생 복지,학사 행정 개선,학원 자주화 문제등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학내 문제 해결에 큰 비중을 둔 공약을 내걸고
있다는데서 예년과 다른 점을 찾아 볼 수 있다.
모두 운동권 출신의 후보자 3명이 출마한 서울대의 경우,NL(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론)계 후보자는 `민주 자주 대학 건설을 통한 올바른 학문
공동체장 정립''이라는 기치아래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진보적 학문 연구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 교수에게는 `올해의 관악 스승상''을, 대학인으로서
진실한 삶을 살고있는 학생에게는 `올바른 젊은이 상''을 수여하는
한편, 학술단체를 초청해 각종 강연회를 개최하고 학부와 대학원이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여는등의 방법으로 학문 진보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는 또 쓰레기 치우기, 자가용차 태워주기 운동 전개등을 통해
학내의 올바른 문화 풍토 조성에 힘쓰겠다고 공약,그간 학생운동의 단골
메뉴였던 반미,반독재등의 거대한 문제보다 구체적이고도 피부에 와 닿는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를 무기로 지난해 PD(반제 반파쇼 민중민주주의론)
계에 당한 참패를 만회하려 하고 있다.
나머지 2명의 PD계 후보들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생활 복지조합의
문제점을 개선, 구내 식당의 음식 질을 높이는등 생활 복지사업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혀 학생 운동권 가운데 가장 과격한 노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PD계도 그동안의 학외문제 일변도 투쟁에서 학내문제에도 관심을 쏟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밖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도 각 후보자들은 예외없이
학내문제 해결을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앞으로 학생회는 과거처럼 소수
운동권 학생의 활동 근거지라는 인식의 굴레를 벗고 모든 학생이 참여해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학생회 본연의 위치로 자리 매김을 하려는
움직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