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를 휩쓸고 있는 자유화물결에 관강히 버텨온 보수강경국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독립 71주년 기념일인 28일 1만여명의 시민들이 20년래
최대규모의 민주화시위를 벌이고 자유선거, 새정부, 밀로스 야케스 공산당
서기장의 교체를 요구했으며 시위는 곧 지방으로 확산됐다.
**** 프라하서 1만여명 참가 지방확산도 ****
77헌장등 6개 반체제단체들의 주도로 독립기념일을 기해 수도 프라하의
웬체슬라스 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진 시위자들을 구타하는등 과격한 진압
작전을 폈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라하 데모의 규모는 한때 2만명까지 불어났었다고 일부 관측통들은
추산했다.
관영 CTK통신은 시위군중과 진압경찰의 충돌로 시만 7명과 경관 3명등이
부상했으며 355명이 조사를 받기 위해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반체제인사들은 경찰이 28일 시위에 앞서 프라하에서 28명을 포함,
체코전역에서 100여명을 예비검속하고 삼엄한 경계망을 폈다고 전했다.
**** 6개단체 주도 자유선거 서기장교체등 요구 ****
프라하 시위에 이어 곧 수도 동남쪽에 위치한 브르노에서도 약 600명이
도심을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고 남부도시 브라티슬라바에서도 인권운동가들이
시내 광장에 집합, 민주주의를 외치고 국가를 불렀다고 목격자들이 29일
전했다.
**** 소련의 개혁/폴란드, 헝가리의 민주화등에 영향받아 ****
체코시민들이 이번 대규모 반정시위는 소련의 개혁, 폴란드와 헝가리의
민주화, 그리고 현재 동독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민들의 대거 서방탈출 및
시위에 자극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체코당국은 관영언론을 동원, 이번 시위가 외세공작으로 야기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데모현장에서 외국기자들을 밀치고 그들의 뉴스필름을
압수하는등 거친 행동을 보였다.
CTK통신은 민중소요가 "외국 도발자들", 특히 자유 유럽방송, 미국의 소리
등 서방언론들의 집중적인 선전으로 자극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시위 다음날인 29일 새로운 시위의 발생을 막기위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데모 중심지였던 웬체슬라스 광장에는 삼엄한 경계망이 퍼져 있으며 이곳을
지나는 젊은이들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고 있다.
체코 반정부 데모에서 지도층의 교체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동구를 휩쓸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 종국에는 체코에도 도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지난 2개월동안 체코인들의 마음속에 축적돼왔으나 "혁명보다는 진화"
를 믿는 체코인들의 전통적인 자세때문에 그동안 시가데모는 자제돼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체코에는 30여개의 반체제단체들이 있으나 바클라프 하벨을 제외하고는
강력한 지도자가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