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5년 2개월 만에 60% 밑으로 추락했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매매값은 상승세를 멈췄지만 전셋값이 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KB부동산이 발표한 11월 주택가격 월간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9.6%를 기록했다. 2013년 9월 59.1%를 기록한 후 5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48.7%로 가장 낮았다. 이어 용산구(49.2%), 송파구(50.0%)가 뒤를 이었다. 강북권에서도 중랑구가 71.6%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떨어졌고, 성동구(68.4%), 도봉구(64.6%), 노원구(61.6) 등도 전월 대비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3년 10월(60.1%) 60%대로 오른 뒤 2016년 5월 역대 최고인 75%까지 올랐다. 당시 2015년부터 부동산 규제 완화로 서울 아파트값은 서서히 올랐으나 주택 공급물량 감소로 전셋값이 더 크게 상승하면서 전세가율이 치솟았다.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하락도 전셋값이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9·13 대책 여파로 아파트값 상승폭은 3주 연속 하락했으나 이보다 앞서 전셋값이 6주 연속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율 하락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 수요를 누그러 뜨릴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 하락으로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입주 물량이 많은 경남·충남 등 일부 지역은 벌써부터 역전세난은 물론 매매가격이 2년 전 전세가격을 밑도는 ‘깡통전세’도 속출하고 있다. 충남 서상 동문동 ‘동문코아루’ 전용 59㎡는 최근 1억원에 전세거래되면서 2년 전 가격(1억9000만원)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또한 2억원 대에서 1억6000만원 선으로 추락하면서 깡통전세가 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급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법적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엔 지방뿐 아니라 서울 상황도 올해보다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