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는 한경 보도(4월23일자 A27면 참조)다. 가맹점주들이 공동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구매협동조합’과 본사·점주 모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등 두 가지 모델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등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하지만 민간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중장년층에 적지 않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산업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무엇보다도 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존중돼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官)이 “문제가 많다”고 단정을 내리고, 직접 프랜차이즈 모집에 관여한다면 어떤 후유증이 빚어질지 뻔하다. 수백억원을 투자해 골목 가게들을 프랜차이즈화하고 공동 구매와 자체 브랜드(PB)상품 개발에 나섰던 정부의 ‘코사마트’와 ‘햇빛촌’ 사업 실패가 단적인 예다. 경쟁보다는 사회적 배려와 조합원 이익 추구 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인 협동조합 형태라면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프랜차이즈 사업 성공 여부는 제품 개발 비결 등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가맹본부의 이런 노하우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부당 이익’으로 간주된다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품 질 저하 등으로 소비자 후생도 덩달아 악화될 게 분명하다.

상당수 협동조합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1만615곳의 국내 협동조합 가운데 법인등기를 마친 9547곳 중 46.7%인 4447곳이 폐업했거나 사업을 중단했다. 폐업 및 사업 중단 사유로 1134곳이 ‘사업모델 미비’를 꼽았다. 애초에 무엇을 할지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정부가 지원하는 ‘눈 먼 돈’을 노리고 법인 설립부터 했다는 얘기다.

스페인 등 선진국의 협동조합은 자립(自立)·자조(自助)·자치(自治)를 3대 원칙으로 삼는다. 철저히 ‘자생력’을 따지기 때문에 정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드물다. 정부가 나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을 인증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지금처럼 자생력이 떨어지고 관이 주도하는 ‘협동조합’은 국민 세금으로 부실기업을 늘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