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면접 탈락한 이유 '피드백' 해주는 보령제약
“말이 빠르고 발음이 좋지 않다” “표현이 부자연스럽다”….

보령제약은 지난달 신입사원 공개채용 1차 면접 탈락자 55명에게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제약업계 최초로 시도한 ‘실무진 면접 피드백’이다. 면접에 떨어진 이유를 몰라 답답해 하는 지원자를 위한 일종의 취업 컨설팅 서비스다. 보령제약은 탈락 이유를 묻는 지원자의 문의가 급증하자 면접 피드백 제도를 도입했다.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지원자들의 궁금증이나 의문사항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장기적으로 취업 준비생들의 구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피드백은 인사팀 담당자들이 실무진 면접에 배석해 면접 과정을 관찰한 뒤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장에서 나온 면접관들의 의견도 일부 반영한다. 허재원 보령제약 인사팀 과장은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관찰자는 면접 심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1차 면접인 만큼 지원자들의 외형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피드백 내용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뿐만 아니라 우수한 부분 두 가지로 나눠 제시한다. 실제로 피드백을 받은 지원자의 성적표를 보면 ‘목소리가 크고 패기 있어 보임’ ‘밝은 표정이 인상적임’ ‘시선 처리가 적절함’ ‘전문의약품(ETC) 영업을 하고자 하는 절실함이 보임’ 등 지원자별 장점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탈락자들은 ‘상황 대처 능력 부족’ ‘발음 등 면접 기본 소양 부족’ 등이 가장 많이 지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긴장으로 많이 떠는 모습을 보이거나 질문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당황한 경우가 많이 꼽혔다.

보령제약은 1차 면접 후 합격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원자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싶은지를 물었다. 1차 면접 대상자 200여 명 중 55명이 신청했다. 탈락자의 신청률이 약 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령제약은 면접 피드백뿐만 아니라 인·적성 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1 대 1 개별상담을 했다. 지원자들이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해 본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인사팀장이 인·적성 검사 결과지를 보고 개인의 업무 특성과 성향, 장단점, 개선사항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시간을 마련했다”며 “인·적성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회사가 거의 없어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보령제약은 이번 실무진 면접 피드백을 시작으로 면접 평가 제도를 체계화하고 지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