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접점을 찾아가던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청와대의 반대에 직면하면서 연말 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예산국회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이번 예산국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핵심 정책 공조 대상으로 꼽는 법안이다.

20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열린 당·정·청 비공개회의에서 여당과 청와대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에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야당과 협상해야 하는 당에서는 규제프리존의 독소 조항을 고쳐서 대안을 마련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청와대에서 정부 정책 방향이나 철학과 맞지 않고 대기업 특혜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갑자기 규제프리존 특별법 처리에 반대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27개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풀자는 법안이다. 2016년 5월 박근혜 정부에서 발의됐으나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반대로 진전이 없었다. 여야 정권 교체 후 규제프리존법안은 단순한 법안 차원을 넘어 연말 국회에서 야당과의 협상을 푸는 일종의 지렛대 법안으로 부상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 통과를 기다려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이 법안을 이번 예산국회에서 공동으로 처리할 핵심 경제법안으로 꼽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규제프리존법안은 양당의 정책공조를 상징하는 대표 법안”이라고 밝혔다. 예산안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등 국민의당의 도움이 절실한 여당 원내지도부가 그동안 절충안을 검토한 것도 이 같은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실제로 김태년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13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프리존법안의 국회 처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달 초 여야 3당 정책위 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나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을 논의하는 6인 회동을 제안하는 등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허용, 재벌기업 특혜 우려, 다른 지역과의 역차별 등 문제가 있어 원안 수준은 아니더라도 타협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왔는데 청와대 측 반대가 강했다”며 “야당과 협상해야 하는 원내 지도부는 계속 접점을 찾아간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청와대의 법안 처리 반대와 관련, “문재인 정부가 겉으로만 혁신성장과 규제혁파를 외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당시 당·청 회의에 당에서는 김태년 의장과 박광온 제3정조위원장,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청와대에서는 홍장표 경제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