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성낙인 총장의 갈팡질팡 학생 징계
시흥캠퍼스 신설에 반대하며 본관을 불법 점거 중인 서울대 학생들에게 중징계를 예고한 성낙인 총장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성 총장은 이달 1일 총학생회가 쇠망치로 창문을 부수며 본관을 점거하자 이튿날 중징계와 형사 고발 불사를 밝혔다. 과격 시위에 시달려 온 많은 학내 관계자들은 지지를 보냈다.

진보적 교수단체인 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을 중심으로 포용 주장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 교수는 형사 고발로 파국으로 끝난다면 시흥캠퍼스 본격 추진 과정에서 저항이 커질 것이라며 대승적 차원의 포용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성 총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징계 절차를 유보하며 유화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성 총장의 갈팡질팡 행보로 학내 갈등은 더 증폭된 양상이다. 오락가락 행보에 반대하는 일부 보직 교수들은 하루씩 돌아가며 업무를 보이콧 하기도 했다. 점거가 1년 가까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한 달도 안 돼 흔들려서야 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교수들도 있다.

성 총장의 고민에 이해가 가는 대목도 있다. 앞길이 구만리인 학생들에게 교육자로서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설령 의도가 선하더라도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게 원칙이다. 이는 시흥캠퍼스 사업이 타당한지와는 별개 문제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앞세운 장기 불법 점거 행위를 정당화해주는 것은 폭력 사태의 반복을 부를 뿐이다. 성 총장은 이미 이사회와 평의원회 등 학내 의결기구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등의 다양한 소통안을 내놓고 있다. 합리적 해법을 외면한 학생들의 불법은 용인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학생 중징계로 새 정부 출범 초 학내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책임의 무게를 일깨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교육자의 자세다. 성 총장이 고민할 일은 징계 여부가 아니라 징계 이후의 갈등 최소화 방안이다.

황정환 지식사회부 기자 jung@hankyung.com